늦겨울 동장군이 마지막으로 심술을 부리는 듯 갑자기 찾아온 영하의 추위 속에서도 꽤나 많은 회원들이 구파발 1번 출구로 모여들어 출발신호를 기다린다.
그런데 영부인들이 황급히 어디로 사라지고 남자들만 덩그러이 남아 영문도 모른 체 한참을 기다리다 좌우당간 버스를 타고 목적지도 모르는 체 또 한참을 가다 구상교대장의 “하차”하는 소리에 내려 보니 송추계곡 입구라... 회원들 저마다 군시렁 군시렁~~
북한산 북쪽 끄트머리에 위치한 사패산을 올라가다 좋은 장소가 나오면 시산제를 지내고 회룡역 쪽으로 내려가는 코스로 산행한다고 이제사 알려주는데...
그건 그렇다고 치더라도 임시완장을 찼는지 남순대회원의 강권(?)으로 한 줄로 서서 회비를 구자호총무에게 바쳐야하는 과정를 감내하고-이건 뭐 천당가는 마지막 표를 사는 것도 아니고-하여튼 한뫼회의 위상이 올라가서 그런지 아니면 실세회장단이라서 그런지?
준비한 제물과 술을 배급받아 나눠 짊어지고 올라가다가 먼저 차편으로 중턱까지 다른 제물을 싣고 와 기다리던 회장영부인께서 또다시 나누어 주는 것을 받아 보니 산신령님께 올릴 제물이 꽤나 많을 듯하다.
예전 같지 않아 보폭을 줄여가며 가픈 숨을 내쉬면서 계속 올라가니 마침 제를 지내기 좋은 너르고 평평한 장소를 선발대가 확보하여 우리를 기다린다.
다 같이 여장을 풀고 회장단에서 며칠 전부터 오늘 새벽까지 고생하며 준비한 제수들을-임병호회원이 심부름하여 가지고온 돼지머리고기와 이대용회원이 가져온 청도산 감말랭이를 보태어-홍동백서, 어동육서, 조율이시, 좌포우혜, 동두서미의 진설법에 따라 정성스레 상을 차리고
추연수집사의 진행으로 신경철회장의 초헌과 삼배, 구자호총무와 구상교대장의 아헌과 재배, 남순대회원의 안전산행 및 동기간 화합 기원 축문낭독, 회원들의 헌작과 재배의 순서로 기축년 시산제를 경건하게 올리고 난 뒤
세 영부인(신경철,김종원,이상현)께서 섬섬옥수로 제수음식들을 썰고 담고 나누어 주는 수고덕분으로 이십삼 명의 산꾼들과 세 명의 선녀들은 신이 베푸신 아름다운 대자연에 감사하면서 맛있게 음복할 수 있었습니다.
차가운 날씨에는 양주가 딱이라 고맙게도 추연수회원이 비장하고 있던 꼬냑을 가져오고 유석종회원이 연말송년회에서 상품으로 받은 위스키를 아낌없이 도로 가져와 돌아가며 한잔씩 들이키니 뱃속이 후끈 달아올라 추위는 저만치 물러나고...
앞으로 송년회 상품은 주로 양주로 하자는 둥 건설적인 의견을 유철 동기회총무도 마다하지 않는 눈치임~~
구자호총무가 또 한번 줄세우기를 하더니 등산양말을 선물로 전회원에게 나눠주고-실은 우리 스스로 문화시민임을 자부하는 터라 자발적이고도 자연스러운 줄서기 행위의 발로였음을 밝힘-작년에 열 번 이상 참가한 김영환, 남순대, 이원근회원에게 특별상품을 수여하니 아홉번이하 회원들은 부러움과 시샘을 담은 축하의 박수를 보냈습니다.
회룡역으로 가다가 어느 아파트단지 행사장에 무슨 행사인지도 모르고 초대되어 전복죽과 선지해장국을 얻어먹는 행운까지... 하여튼 오늘은 모르는 게 많아도 기분은 좋다.
어려운 경제여건에도 이렇게 인심 좋은 마을사람들은 꼭 복 받을껴!
박창기회원이 사정없이 쏜 감자탕 집에서 신경철회장의 감사말씀과 토요일변경건은 몇 달 더 시행해 보고 오유월경 최종결론을 내리겠다는 말씀에 이어 건배합창한 뒤 금년 시산제 행사를 마감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