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뫼회는 삐삐로데이인 11월 11일, 백발회 200회 산행을 맞아, 서울 34명(대구 32명)이 40년 전 교복을 입고 수행여행으로 찾았던 그 오대산 산자락을 다시 찾았다. 반백의 머리, 등산복을 입고 최고봉 비로봉(1563m)을 올랐다.
고2 시절의 그 때가 동산을 떠나 동천으로 향하는 “떠오르는 해” 이었다고 한다면 50대 후반의 지금은 중천을 지나 어느덧 서산을 향하고 있는 “지는 해”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떠는 해와 지는 해, 감회가 사뭇 다르지 않을 수 없다.
김용휴와 유광희, 두 동기가 수고하여 올린 사진과 산행기를 보며 동기들은 열심히 걸었던그 길을 다시 되돌아 볼 수 있게 되었다. 고마운 일이다. 동기들은 댓글을 달았고 동참할 수 있었음을 감사하고 있다.
이번 산행 코스는 상원사 - 중대 사자암- 적멸보궁-비로봉 –상왕봉 –북대사 –상원사 주차장까지 한바퀴 돌아오는 것이었다. 산행 경력에 비해 어려운 코스는 아니었으나 나이에 비해 다소 긴 감도 있었다. 기점에서 종점까지 근 6 시간 이상을, 꼴지 기준으로 7시간을 넘겼다.
중대 적멸보궁에서 정상 비로봉을 오르는 1시간 동안 힘이 드는 마지막 오르막 길이었으나 다들 정상 비로봉을 올라 섰고, 정상을 오른 보람이 있었다. 은빛 별천지 상고대(안개가 엉겨붙어 생기는것)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고, 다들 축제 마당에 들어선 기분이었다.
비로봉은 청정법신 비로나자불을 상징하는 봉우리다. 부처님이 우리를 반겨주신 것이다. 각자 삼삼오오 사진 찍기에 바쁘다. 다들 살아 있음에 감사한 충만의 순간이었다.
애초 계획은 9:00 산행을 시작하여 14:00 까지 서둘러 하산하는 것이었다. 산행은 9:15 시작되었다. 8:30 하룻밤을 묵은 산내음 펜션을 출발했고, 9:00 상원사 주차장에 도착하여 서둘러 단체 기념 사진을 찍은 직후였다.
오대산은 주봉 비로봉, 그 남서쪽의 호령봉, 북동쪽의 상왕봉, 두로봉에 이르러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면서 동대산이 솟아 이들 다섯 개의 봉우리가 연꽃처럼 둘러 앉아 그 이름이 지어 졌다 한다. 중대 적멸보궁 자리는 바로 연꽃의 중심 명당자리다.
오대산은 골짜기 마다 유서 깊은 불교 유적이 줄을 섰고, 우리나라 최고의 불교 성지로 발걸음이 끊이지 않는 곳이다. 등산이라 해서 산행만 하는 것이 아니다. 문수성지 상원사, 문수동자의 동자상이 있는 문수전, 우리니라 최고의 동종의 존재를 알면서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곳이다.
산을 층계로 깍아 지은 중대 사자암, 그 샘터에서 물맛을 본다. 적멸보궁 직전의 용안수 물맛을 또 본다. 목이 마른 것은 아니다, 쪽 바가지에 물을 떠서 한 모금 마시며 목을 축이는 순간, 눈에 담고 혀로 맛보면서 온몸은 우리의 행동을 기억하는 것이다.
짓궂은 동기들이 있다. 계단 길을 오르다 쉬어 가는 장소에서 올라오고 있는 부인들을 가만 두지 아니한다. “(서비스) 잘해 줄 테니 쉬었다 가시라” 고 마치 호객 행위를 하듯 올라오는 부인들에게 농을 던진다. 당혹하는 모습을 보고 즐기듯 또 한번 같은 말을 던진다. 참다못해 “뭘 잘해 줄 건데 조목조목 말해보라” 고 역정을 내며 역공이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장면이다.
또 한 동기는 장안의 화제가 되고 있는 영화 “색계”를 꼭 부인과 함께 한번 보란다. 69년도 졸업하고 입학한 우리들, 69 씩스나인은 물론이고 상상 밖의 기술 등 보고 배울 것이 많다나.
또 다른 동기, 하산 길 북대사 방향 비포장 임도의 단조로운 긴 길에 짜증이 나는 순간, 입담을 과시한다. 부부 단체 해외여행 중 함부르크에서 여독으로 피곤해하는 부인들을 따돌리고, 그곳의 유곽지대 색계를 방문한 경험담을 기막히게 설명하고, 여행안내자의 말 실수로 부인들에게 들통이 날뻔한 순간 기지를 발휘하여 위기를 모면한 이야기 보따리를 재미있게 풀어 놓자 귀를 솔깃해 하던 중 어느덧 하산,
비로봉을 향하던 중 새 한마리가 마중 나왔다. 가지 위에 앉아 있던 가슴 부위가 붉었던 참새만한 크기의 새는 딱새였나 박새였나,
위로 쳐다보니 정상으로 모여들던 검은색 섞인 안개, 비로봉 정상에서 마주친 뜻밖의 상고대, 길섶에 얼음 채를 썰어 놓은 듯한 얼음 결을 보며 신기해 하던 우리들의 순수한 모습,
싸늘한 찬 기운이 스며드는 헬기장에 널따랗게 큰 원형으로 자리잡고 도시락을 풀어놓고 식사 도중 잔을 돌리며 건배하며 즐거워하던 우리들, 상왕봉으로 가는 도중 만난 군데군데 보였던 자작나무의 흰 껍질 줄기,
천수를 다하고 몇 십/백 년이 되었는지도 모르는 몸통이 썩어 흙으로 돌아가고 있던 고사목이 들려주는 무언의 법문, 살아 천년 죽어 천년 또 썩어 천년 삼천 년을 간다는 주목의 군락,
저 멀리 보인 산의 자락에 길게 누렇게 패인 듯이 보이는 것이
----이하 복원----
저 멀리 보인 산의 자락에 길게 누렇게 패인 듯이 보이는 것이 산사태 지대인지 인간이 파헤친 산허리인지 그것도 아니면 길로 긴 억새풀 지대가 우리 눈에 보이는 것인지,
산 능선과 하늘, 하늘의 구름, 바람, 산의 나무와 풀, 다람쥐가 길섶에 지나치자 반가와 하던 모습들,
이렇듯 자연과 교감을 하며 열심히 걸었던 하루였다. 오대산에서 우정의 합동 산행 중 우리는 진정 이산의 주인이었고, 긴 걸음의 산행을 즐겁게 무사히 마칠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2. 고마운 찬조
이번 산행에는 여러 분이 찬조를 해 주었고, 무난히 마칠 수 있었던 것은 그 성원에 힘입은 바 크다. 재경 동기회에서 경비 지원이 있었다. 산악 동호회로서 동기들이 열심히 참가하며 건강과 우정을 다지고 있는 소모임 한뫼회의 존재를 동기회 임원진이 인정한 것이다. 감사하다.
회원에게 제일 민감한 것은 자신이 부담해야 하는 경비 규모다. 이 문제로 고심 중인 집행부에 제일 먼저 해결의 실마리를 주고 힘을 보태준 동기가 있다. 재경 동기회 부회장 김종곤 동기다. 10월 중순 재경경맥체육대회를 마친 그 익일, 동기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오대산 합동산행 중 첫날인 토요일 저녁 식사 비용을 자신이 부담하겠다고 했다.
재경 동기회 박달수 회장도 마찬가지이다. 해외출장 중이라 부득이 불참했으나 경비에 조금 찬조를 하겠다고 전화 메시지를 보내왔고, 유철 총무를 통하여 금일봉의 찬조를 해주었다.
물꼬가 터진 것일까. 오대산으로 떠나는 전날, 대구의 전희식 동기가 산행 당일 아침 식사를 내겠다 고하는 희소식을 강태호 회장이 전해 주었다. 오대산으로 떠나는 버스 안에서 당일 저녁은 서울의 김종곤 동기가, 익일 아침은 대구의 전희식 동기가 산다는 좋은 모습의 이야기를 전달할 수 있었다.
이외에도 귀경길 문막휴게소에서 최인호 동기가 저녁을 샀고, 귀경길 버스 안에서는 대구의 권창근 동기가 직접 농사로 지은 청도 반시를 한 박스 보내어 주어서 동기들이 고향의 맛을 맛볼 수 있었다. 흔치 않은 기회에 귀한 마음을 행동으로 보여준 동기들이다.
3. 산행 전날 토요일 표정
토요일 오후. 서울의 출발 집합지 종합운동장 앞 길 건너 보도에는 간 밤의 비바람에 노란 은행 잎이 떨어져 수북이 쌓여 있었다. 경부 및 영동 고속도로를 달려 오대산 입구 당일의 숙박지 산내음 펜션에 도착한 6시 15분 경은 짧은 해로 어둠이 짙게 내려앉은 초 저녁이었다. 서울 팀이 도로에서 시간을 까먹고 예정보다 늦게 도착했을 쯤 대구 팀은 아직도 40분 이상이 더 걸린다는 것이었다. 진행상 서울 팀이 먼저 저녁 식사를 마치고 별채에 있는 여흥 장소(노래방 기기 이동 설치)로 옮겼을 때쯤 대구 버스가 도착했고 버스에서 내리는 동기들과 서로 인사를 나누느라 갑자기 왁자지껄하다.
대구 팀이 식사를 마친 후 전체 동기가 여흥 장소에 모였을 때, 하용 총무의 사회로 백발회 200회 산행이벤트가 진행되는 동안 서울 동기들에게 잠시 동안 물러나 있어 줄 것을 양해를 구한 뒤 이어, 강태호 회장의 40년 만에 찾아온 이곳 오대산 자락에서 백발회 200회 산행 기념 행사 및 산행의 의미와 축하 합동산행에 참여해 준 한뫼회에 감사의 변을 올렸고, 서울 팀 역시 200회 산행을 축하하고, 우린 현재 등산으로 치면 하산 도중에 있고, 하산에 조심해야 하듯이, 우리의 여생도 연착륙하기를 기원했고 한편 축하 및 200회 산행 행사가 좋은 시간이 되기를 바란다는 신경철 총무의 인사 말에 이어 백발회 자축 행사 및 합동 여흥이 시작되었고, 노래 솜씨를 자랑하는 가운데 술잔을 주고 받으면 우정의 대화를 나누었다.
다만 내일의 긴 코스 산행을 위하여 공식 여흥 행사는 9시 30분에 막을 내려야 했고, 대구와 서울의 몇몇 여사들의 솔선수범하여 음식찌꺼기를 치우고 자리를 정돈하는 아름다운모습에 우리는 거드는 흉내라도 내야 했다.
아직 성에 차지 않은 일부 동기 들은 대부분의 동기들이 배정된 잠자리로 돌아간 이후에도 그 자리에 남아 12시 지나도록 노래를 부르며, 술판을 벌인 정열을 보였나 보다.
해바라기, 구절초, 금초롱이, 진달래, 도라지 이름의 방에 돌아간 동기들은 잠잘 준비를 하며, 가나다 순으로 만나게 된 동기들끼리 여담을 즐긴다. 구절초 방으로 몇 분의 동기들이 몰려왔다. 고스톱 참여자 모집인가,
대학에서 물리학을 전공한 두 동기, 그러나 물리학 교수가 된 김재경동기, 조선일보 사진기자가 되었던 구자호 교수, 전공과 다르게 조선일보와 인연이 닿게 경위를 구수하게 애기하고 귀기울이며, 시절이 하 수상한 작금의 대권후보 및 시국에 대한 이야기로 발전하고 고개 끄떡끄떡 수긍하며 웃는 큰소리에도 이미 곤히 잠들어 동기,
시끄러워 옆방으로 잠자리를 바꾼 동기, 제일 많은 동기가 모인 해바라기 방의 한 켠 당일의 타쨔가 탄생한 3시까지 판은 무르익었나. 같이 자는 동기의 코고는 소리에 잠을 제대로 못잤다고 불만을 터뜨리는 모습은 바로 우리들 자신의 모습이었다.
4. 문수성지 상원사 등
개인적으로는 1992년도 불교방송 성지순례 프로그램에 동참, 이곳 상원사와 적멸보궁을 처음 들렀다. 그 때 안내하던 스님으로부터 들은 문수동자의 이야기가 떠올랐다. 평창군 문화관리과가 소개한 것을 여기에 옮겨본다.
<세조가 문수동자의 가피를 입고 종기를 치료하다>
“세조가 상원사에서 기도하던 어느 날, 오대천의 맑은 물이 너무 좋아서 혼자 목욕을 하고 있었다. 그 때 지나가던 한 동자승에게 등을 밀어 줄 것을 부탁하였다. 목욕을 마친 세조는 동자승에게 “어디 가든지 임금의 옥체를 씻었다고 말하지 말라”고 하니 동자승은 미소를 지으면서 “어디 가든지 문수보살을 친견하였다고 하지 마십시오” 하고는 홀연히 사라져버렸다.
세조가 놀라 주위를 살피니 동자승은 간 곳 없고, 어느새 자기 몸의 종기가 씻은 듯이 나은 것을 알았다. 이렇듯 문수보살의 가피로 불치병을 치료한 세조는 크게 감격하여 화공을 불러 그 때 만난 동자의 모습을 그리고 목각상을 조각하게 하니 이 목각상이 바로 상원사의 문수동자 상이다. 이를 모신 곳이 문수전이다.
또 하나의 일화는 상원사 고양이 석상이다. <세조가 고양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다>
“세조가 상원사 법당에 기도하러 들어가려 하자 고양이가 나타나 세조의 옷 소매를 물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다. 이를 기이하게 여겨 법당 안을 샅샅이 뒤지니 세조를 시해하려는 자객이 숨어 있었다.
고양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세조는 은혜에 보답하기 위하여 석상을 세우고 고양이를 잘 기르라는 뜻에서 묘전을 하사하였다고 한다(이상은 관오 님의 글)”
<다람쥐의 양식 도토리와 어느 스님의 이야기>
아래 이야기는 중대 사자암과 관련하여 개인적으로 들은 이야기(믿거나 말거나)나 관련여부는 의문이다.
“한 스님이 깊은 산중에 살았는데, 다람쥐가 가을 동안 모아둔 도토리를 발견하고 별 생각 없이 가져와 묵을 해먹었다. 그런데 그 다음 날 저녁 토방에 놓인 스님의 신발에 다람쥐가 죽어 있질 아니한가. 겨울 양식을 다 가져간 것을 안 다람쥐가 원한을 품고 스님의 신발에 와서 자살을 한 것이다. 스님은 그 다람쥐를 묻어주고 49일 동안 열심히 천도재를 지내주었단다. 그 뒤 그 과보를 갚을 요량으로 죽도록 수행했다는 얘기가 전해 진다.”
5, 시인 “반 부란”의 시 “행복조리법”
아래 시는 귀경길 차 안에서 유석종 동기가 좋은 글로 추천하여 낭독했던 시다. 멋진 말 “인내심을 수북하게 두 컵 넣고”로 시작하는 교훈적인 시다.. 행복한 삶을 유지하고 싶은 자는 명심하고 실천할 일이다. 동기 모두의 행복한 삶을 바라면서,
“인내심을 수북하게 두 컵 넣고
관용을 두 주먹만큼 좀 보태고
약간의 웃음을 보태고
머리 하나 가득히 이해심을 넣은 후
친절을 넉넉히 넣고
믿음을 많이 넣고 잘 섞은 다음
이것을 인생에 골고루 발라서
만나는 사람에게 골고루 나누어 주십시오.”
6. 참꽃 진달래와 /짝퉁 진달래가 피었습니다. 알되 조심하세요.
이번 산행 중 한 동기가 상왕봉을 지나 임도를 따라 내려오는 길에 진달래가 핀 것을 보았다고 했다. 이상 기온 때문에 생체리듬을 잃어버린 것인가. 세상이 하수상하다.
진달래와 도라지는 산내음 펜션의 방에도 붙혀졌다. ‘영변 약산 진달래 꽃 아름 따다 가시는 길에 뿌리오리다’에서 “진달래”, ‘심심산천에 백도라지’에서 “도라지”는 유전자 변형이 없는 진짜 진달래와 도라지다.
그런데 요사이 짝퉁 단어 들이 판을 친다. 진달래, 도라지, 택시, 물안개 등이 그것인데, 긴 말을 축약한 것이다. 이중 진달래와 물안개는 주고 받는 말인데, 이 말을 모르면 시대에 뒤쳐진 촌놈 취급을 받고, 앞서가는 동기들과 진도를 맞출 수가 없다. 그러니 알아 둘 필요가 있다
그러나 조심할 일이다, 잘못하다가 웬 고운 입에, 입에 답지 못할 육두문자가 난무하게 된다. “진짜로 달라고 하면 줄래” “택도 없다, 시발로마” “물론 안되지 개새끼야” “물이 안 나와도 개안심니꺼” “돌라고 하면 주지” 등이 그것이다. 작업을 걸다가 망신을 당할 수가 있다. 출신학교에 누가 되지 않도록 조심할 일이다.
7. 닫으면서
이번 백발회 200회 산행 겸 대구/서울 합동산행과 관련하여 여러분의 도움을 잊을 수가 가 없다 그러나 오너쉽을 가지고 8월 하순과 9월 초순에 오대산 현지를 두 번씩이나 답사하면서 자세한 그림을 그리며 끝까지 수고해 주신 강태호 백발회장에게 고마웠다는 말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