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북한산 산행은 동기들과 사모바위를 경유 삼천사로 내려왔다. 그날 산행을 마치고 고마운 것이 몇 가지 있다.
먼저 날씨 궂은 걸 마다 않고 산행에 참여했던 동기들 한 분 한 분 많이 고맙다는 말을 남기지 않을 수 없다. 우산 들고 흩날리는 비바람에 불안한 마음으로 출발했으나 더 이상 기상 악화가 없어 다행이었고, 나중 하산할 때는 오히려 등산하기에 더 좋은 날씨라는 말이 나왔다.
2년 전 2005년 7월 이 산행 코스에 처음 동참한 이래 구수한 입담과 촌철살인의 글로, 디카로 순간순간을 포착하여 우리들의 모습을 잘 담아내며 지금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김용휴 동기도 많이 고맙다.
이번 산행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웃음 유발 능력이 돋보이는 최인호 동기의 등장이다. 동기는 이달 말 장녀 결혼을 앞두고 있어 현재 예비 장인이다. 모처럼 산행모임에 찾아와 힘들어 하면서도 포기함이 없이 완주했다. 삼천리계곡길옆 식당에서 토종닭 백숙으로 뒤풀이를 쏘았고, 동기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았다. 동기는 하산 중 세족을 즐기는 짬을 이용해 반대말 맞추기 퀴즈를 냈다. “자가용”의 반대말과 “대통령선거”의 반대말을 물었으나 아무도 그 코믹 퀴즈를 맞추지 못했다. 자가용의 반대말은 영업용 정도로 알고 있는 우리들은 진부한 생각의 틀을 벗어날 수가 없었다. “작아용”의 반대말은 “커용” 이라고 했고, 올 연말 대선이 연상되는 “대통령선거”의 발음을 이용한 “대통령 선 거”의 반대말은 “대통령 안 선 거” 라고 기상천외의 코믹 정답 풀이에 우리들 모두 얼마나 배꼽을 잡고 웃었는지 모른다. 무엇이 작다는 것인지 무엇이 크다는 것인지 또 무엇이 서 있는 것이고 무엇이 바로 서 있지 않다는 것인지, 섹스의 상징과 의미를 겹쳐 생각되며 웃음은 폭발되었다. 분위기 메이커로서 활약이 기대 된다.
한뫼회는 이번 북한산 사모바위 (제126회) 산행으로 3명이 100회 등반기록을 세웠다. 지난 4월 계룡산 산행에서 2대 회장을 지낸 구상교 등반대장이 처음으로, 이어 7월 청계산 산행에서 유철 초대회장이 그리고 이번 달에 전임 회장 남순대 시인이 합류했다. 오늘의 산행모임이 되기까지 열심히 참여하며 그 맥을 이어온 공로자들이다. 앞으로도 세분 모두 무탈 강건하며, 한뫼회의 발전을 위하여 지속적인 도움을 줄 것임을 아무도 의심치 않을 것이다.
산행일 이전 일주일 내내, 국지성 게릴라성 폭우의 예보와 그 피해 보도가 매일 계속되었다. 산행일 2주일 전 7월 29일, 바로 이곳 북한산, 도봉산 및 수락산에서는 천둥 번개 동반한 낙뢰사건으로 귀한 인명 피해가 발생했다. 그러니 산에 다니는 사람치고 이번만큼 산행 중 천둥과 번개에 대해 경각심이 고조되어 있는 때도 없었을 것이다. 들고 메고 다니는 뾰족한 스틱, 핸드폰, 물컵, 가방에 매달은 고리도, 바위에 박힌 쇠봉, 쇠줄 등 이것 저것, 문제로 삼자면 안 걸리는 것이 없다.
이미 산행 당일에도 궂은 날씨는 예보되었다. 당일 아침 잠을 깨니 비 소리가 들리지 않아 고마웠다. 하나 그 고마움도 잠시, 집을 나와 전철로 향하는 도중 가는 빗방울이 듣는다. 부슬부슬 흩뿌리는 날씨에 몇 명이나 올까 걱정이 앞선다. 집합장소에 한 사람씩 얼굴이 보일 때 마다 그 반가움이 커진다.
우천불문 산행 강행, 동기들을 불러 놓았으니 회장 /총무야 빠지고 싶어도 빠질 수도 없다. 평소에는 약속했던 사람도 비가 오면 감기 등 여러 핑계를 대고 불참하기 일쑤다. 한데 이번에는 하나 둘씩 모여들어 20명이 넘었다. 아니 고마울 수가 없지!
비가 흩뿌리는 날 산행에 나선 이유는 뭘까. 한 동기는 “집에 있으면 부인이 샤워하는 소리만 들어도 겁이 덜컥 나기 때문에 이를 피해 나왔을 거다” 라며 재담을 한다. 그러나 우리가 알기로는 한뫼회 산행에 열심히 참여하는 회원치고 정력 부족한 동기 없으며, 부인 두려움증에 시달리는 환자는 없다. 혹시라도 정력부족을 고민하는 동기가 있다면 열심히 한뫼회 산행에 참여할 것을 권유하시라. 나와보면 정력부족 고민은 끝이라고.
서로 반가운 인사말을 주고 받으며, 한 동기는 솔직하게 털어 놓는다. “어제 총무와 오늘 아침 전철역에서 만나기로 약속만 안 했더라면 아니 왔다”고. 올해 처음으로 나타난 분당에서 온 동기는 “집에서 나올 때 하늘에 해가 나왔다”고 또 다른 동기 왈 “집을 나올 때 비가 살짝 오기 시작했는데 준비를 해둔 상태라 왔다”고 했다. 예외도 있지만 이렇듯 기상 조건과 산행참여는 상관이 있다.
하지만 20명이 넘게 우중에도 불구하고 산행에 참여했다. 각자 나름대로의 이유를 알 도리야 없지마는, 분명한 한가지는 동기들과 웃으며 산행하는 동안 건강도 챙기고 행복은 두 배가 된다는 점을 동기들
-이하 2010.11.29 복원임-
분명한 한가지는 동기들과 웃으며 산행하는 동안 건강도 챙기고 행복은 두 배가 된다는 점을 동기들은 알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산행을 좋아하고 또 즐기는 경지까지 와있다고 생각된다. 들어서 익히 알고 있는 말 “알기만 하는 사람은 좋아하는 사람만 못하고, 좋아하기만 하는 사람은 즐기는 사람만 못하다.”를 되뇌어 본다.
동기들과 함께 산행을 한지도 4년은 더 된 것 같다. 혼자 관악산 산행에 나선 것까지 치면 그 햇수는 훨씬 길어진다. 옆에서 볼 때는 다른가. 어떤 동기는 가끔 이제 산을 잘 탄다고 인사치레로 말을 걸어온다. 실은 매번 산을 오를 때마다 숨은 차고 힘이 든다. 해가 갈수록 더 힘들어 질 것이다. 아는 선배는 산을 치고 오르면 힘은 드나 희열이 차 오른다고 하셨다. 정말 부럽다. 속도와 거리를 맞추어야 하는 동기들과의 산행을 하다 보면 따라잡기가 고통스러울 때도 있다. 뛰어넘을 수 없는 한계다. 그날 사모바위는 산행의 코스 중 제일 높은 지점이긴 하나 북한산에서 어려운 코스가 아니다. 하지만 땀을 훔쳐가며 힘겹게 오른 고된 산행이었다. 바람과 빗방울로 인해 덮쳐 입은 겉옷, 높은 습도, 수박 조각 1통, 방울 도마도 1통, 삶은 달걀 1통(15개) 집에서 챙겨준 대로 미련 곰탱이처럼 다 담은 꽉 찬 배낭하며 물병 2개, 진로소주 1병, 여분 옷, 돗자리는 기본, 김밥도 구입했다. 하등 문제도 될 수 없는 무게라도 디스크 문제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는 문제가 될 수 있다. 우측 종아리 아래 근육은 뭉쳐진 듯 뻐근하여 내내 신경이 쓰였다.
걷고 쉬기를 반복하며 최인호 동기와 같이 꼴찌로 비봉 능선에 올랐을 때, 구상교 등반 대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숨을 고른다. 푹 쉬고 싶었지만 앞선 대열에 더 떨어질 수가 없다. 휙 지나가는 바람에 낮은 키의 참나무의 푸르고 넓은 잎사귀가 파르르 떨며 요동치는 것을 보면서 또 멀리 아래 능선을 훑어볼 겨를도 없이, 그렇게 힘들어하는 자신을 돌아보며 길만 보고 기진맥진 뒤쳐져 올라오는 장면이 김용휴 동기의 카메라에 어김없이 잡혔다.
조금의 틈만 보여도 그 틈을 뚫고 사정없이 치고 들어오며 웃고 웃기는 동기들이다. 집사람이 저기압이 아니었고, 챙겨온 속에 어쩌다 삶은 달걀(15개) 1통도 있었다. 식사를 마친 후, 미리 꺼내놓을 기회를 놓쳤다고 말하면서 삶은 달걀을 꺼내 놓자마자, 옆에서 달걀을 가져오게 된 배경에 대하여 소설을 쓴다. 간밤에 부인께 밤일(운우지락)을 잘해주어 성공적 밤일의 효과가 바로 나타난 것이라고 한다. 또 다른 동기가 엉뚱하게도 사랑 한번에 달걀 1개로 치면 달걀 15개를 가져오려면 평생 동안 할 것을 한꺼번에 다하고 가져온 것이겠네 라고 하고 심히 비약한다. 졸지에 사람을 변강쇠로 만들어 놓고 즐겁다는 것인지 갈갈갈, 크크크 파안대소. 정력의 달인이라고 칭찬을 하는 것인지 아니면 짐승 같은 놈이라고 놀리림을 당하는 것인지. 그 와중에도 차분하게 생각을 반듯하게 하는 동기도 있다, 그 동기 가로되 “여러 사람 좋게 하자고 한 사람에게만 이렇게 힘든 일을 시킬 수도 없는 일이니, 앞으로는 각자 돌아가면서 순번대로 책임지고 자기 부인이 삶은 달걀을 가져오는 것이 어떠냐”고 제안을 한다. 애초 다같이 웃자고 하는 말이다. 알 이야기를 하다 보니 달걀 말고도 메추리 알, 오리 알도 보태면서 갈갈거렸다. 그 모습들을 떠올려보니 누가 알이 큰 오리알을 가져올 수 있게 될지 문득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