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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사패산 산행기(8년전 회고)
이름   김영환 등록일   2012-07-11 오후 6:32:00
e-mail   ywhkim@rhilaw.com
내용


서대교 동기가 올린 사패산 산행기를 읽는 재미가 쏠쏠했다.


사패산하면 8년전 산행으로 아련히 떠오르는 소중한 추억이 있다.

지금 잘 나가고 있는 오늘 한뫼회는 그간 뚜벅뚜벅 걸오온 어제 한뫼회의 결과

이다. 지난주 185회 사패산 산행에 이어 87회 사패산 산행을 들춰보는 이유이

다.

우산들고 오르고 내린 우중 사패산 산행, 당시 열 한명의 회원들, 정말 만만

세였다. 그런 발걸음들이 오늘 든든한 한뫼회의 한 초석이 되었음이 분명하다.


지난주 산행중에 이상현동기와 방미라 여사에게 물어보았다.

8년전 사패산 산행 중에 동기에게 근육통으로 잠시 고생한 것 기억나느냐고,
아닌 모양이었다. 그런데, 돗자리로 차일치고 점심 먹었던 것은 기억이 나는
모양이다. 당시 올렸던 긴 이야기는 대부분 날라가 버렸기에 다시 찾아
복원해본다.

이야기가 길기에 시간이 날때 읽어 보도록 하라는 뜻으로
간단히 소 제목을 먼저 달아 본다.


1. 줄줄이 지각사태- SOMETHING WRONG, 비오는데 이 무슨 청승
2. 사패산 회룡회룡- 노대통령과 종정의 담판
3. 회룡사를 향하여 - 한뫼회가 사패산 전세내고
4. 회룡사에서 - 비구니절 회룡사, 돌아온 장고 이태조
5. 회룡사를 지나서 - 순수 우리말 '는개' 배우기
6. 사패산 정상 - 마당바위 주변 자욱한 안개
7. 자리찾기- 비 피할 중식장소 물색
8. 돗자리로 차일치기- 특수요원 뺨치듯
9. 꼭 필요한 사람- 유철이가 없으면 한뫼회 큰일난다
10. 기다리던 식사- 남회장이 가져온 누릅나무 새순과 초장
11. 틀니 이야기- 나 틀니 가지러 간다
12. 하산길 풍경즐기기- 뿌연 안개 빠르게 범상치 않게 이동
13. 근육통- 이상현 근육통, 박창기 안마, 주치의 추연수 약물처방
14. 동네북이 아니다,- 산행대장이 동네북이 되어서는 안된다.
15. 망월사에서 - 산사 처마 낙수소리
16. 하신길/뒤풀이- 젖은 속옷, 단체 찜질방 이야기, 삼청동수제비집,
영원한화두 정력제

- 이하 본문-

줄줄이 지각사태

봄비는 구질구질하게 종일 내렸다. 그렇기에 오늘 산행에 참여한 11명은 서로가 훗날 돌이켜 볼 수 있는 소중한 추억을 만들었다. 밤부터 내리던 봄비는 산행 당일 아침에도 부슬부슬 내리고 있었다. 산행에는 좋은 날씨가 큰 부조인데 날씨 덕을 보지 못했다. 남 회장도 아침 눈을 뜨자마자 계속 내리는 비로 오늘 산행에 참여할 인원 수가 대폭 줄지 않을까 걱정을 했다고 한다. 회룡역으로 향하는 전철 안에서부터 걸려오는 전화가 심상치 않다. 이유야 여러 가지 많다. 좋지 못한 날씨에 몸에 무리라도 될까 봐, 어제부터 시작한 단식 탓으로 또는 감기 탓으로 이번 산행에는 참석하지 못함을 알려오는 전화였다. 그러하니 비 오는 날의 산행 길을 적극 권유를 할 입장도 아니다. 섭섭한 마음이야 없지 않다. 그래도 전화로 미리 알려 준 것이 고맙다. 참여 인원수가 걱정이다. 회룡역에 5분 전에 도착하니 아무도 없다. 집결 시간은 지났어도 아무도 코빼기(님)도 보여주지 않는다, 이상현이가 막 전화를 해왔다. 4정거장 전인데 갈아타고 하면 더 늦어지는데 괜찮으냐고, 아니 아무도 나타나지 않은 마당에 그 첫 전화가 정말 반갑다. 이어 유철이도, 순대도 전화했다. 몇 정거장 전인데 조금 늦어진다고. 추풍에 낙엽 지듯 봄비에 줄줄이 지각이다. 갈까 말까 갈등하다가 출발이 늦어진 것일까, 영어로 “Something wrong”은 이럴 때 쓰는 말인가. 이대용, 신경철, 박창기, 추연수가 함께 나타나니 구세주를 만난 듯 반갑다. 이어 구상교, 유철, 이원근, 남순대가 오고, 동부인한 이상현이 마지막으로 와서 11명이 다 모였을 때는 집결시간 9시 30분이 한참 지난 후였다.

혹자는 비 오는 데 무슨 청승맞은 산행이냐고 비아냥거렸을지도 모른다. 모르고 하시는 천만의 말씀이다. 날씨가 좋으면 좋은 대로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날씨에 아랑곳 하지 않고 그대로의 그 장점을 즐길 줄 아는 자들이다. 이들의 표정과 눈빛을 보자, 어디 청승의 빛이 한 조각이라도 있는가, 여유와 활기찬 표정과 눈빛이 역력하지 않는가. 초록은 동색이라 했다, 우중에도 불구하고 우산 쓰고 나타난 서로의 얼굴을 보니 반가움은 배가 되고 서로들 역시 자네답군 하는 듯 하다.

기다리던 중 목을 추길 막걸리를 몇 병 산후 몇 군데 확인 전화를 마치니 10시가 다되었다. 10시 정각을 막 지나 출발하면서 오늘 참석한 우리도 이만하면 전문 산악인이라고 불러도 손색이 없을 듯하다고 우중 산행에 의미를 부여하고, 명함에 전문산악인이라고 적자고 한다. 전문산악인이 무슨 직업이냐고 하고 웃는다.

사패산(賜牌山), 회룡(回龍) 회룡 회룡

우리가 집결한 회룡역, 산행기점으로 삼은 회룡골, 경유지 회룡사, 온통 관형사 회룡이다.

오늘의 산행지는 사패산이다. 오늘의 예정된 코스는 먼저 사패산의 회룡골로 들어서 회룡사를 거쳐 사패 능선에 올라서고, 그 능선을 따라 사패산 정상(552m)을 밟는 것이다. 그 후에는 왔던 사패선 능선길로 돌아오다가 올라왔던 회룡골로 하산하는 길이 아니라 곧장 직진하여 사패능선과 이어진 포대능선을 거쳐 망월사로 가는 길이 계획된 하산 코스이다.

사패산은 개발과 생태계 보전문제로 주목을 받아 우리 귀에 익숙해진 산이다. 지난해 연말 노대통령과 조계종 종정의 전격적 담판이 있었고, 그 결과로 공사가 재개되기 전까지는 이곳을 관통하는 외곽순환도로공사의 건설공사 중지를 위하여 불교계와 민간단체의 강력한 도전에 부딪쳐 심각한 갈등을 빚었었다. 남북으로 길게 뻗은 북한산 국립공원 북쪽 끝, 경기도 양주군 장흥면 울대리 송추와 의정부시에 맞닿아 있는 사패산은 그 유명한 북한산, 도봉산과 함께 북한산 국립공원 구역을 구성하면서도 이들의 명성에 가려있었다. 도봉산의 포대능선과 연결된 이 산은 한 두 해 전까지만 해도 군사보호구역으로 묶여 등산객의 발길이 자유롭지 못했던 탓으로 이 공원구역 중에서 가장 깨끗한 속살을 갖고 있고 또 울창한 숲은 원시림에 가깝고 설악산 천불동 계곡을 연상시키는 너럭바위 골짜기마다 맑은 물이 흐른다고 하는 산이다. 사패산의 ‘사패’란 단어가 의미하는 궁가나 공신에게 종, 산판, 논밭 따위를 준다는 그 말 뜻처럼 이조 선조의 6째 딸 정휘옹주가 유정량에게 시집을 가면서 임금이 하사한 땅이라 해서 붙여진 것이라고 산행 중 안내 판에 적혀있었다.

회룡사를 향하여

회룡사를 향해 출발이다. 검고 흰 우비를 걸친 두 사람을 빼고는 모두 우산 행렬이다. 싱그러운 산 빛 위의 하늘 한쪽이 뻔하게 밝다. 그래서 나중 한 때 비가 그쳐 줄 것을 기대해 본다. 회룡역에서 조금 지나 산 쪽으로 다가서면 북한산 국립공원 회룡골 매표소가 나타난다. 일인당 1,600원으로 11명에 대한 입산료는 거금이라고 하면서 거금 마련하느라 입산이 힘들어 지겠다고 너스레를 떨어본다. 곧이어 우리가 가는 길에 등산객이 거의 보이지 않음을 깨닫는다. 우리가 사패산을 전세 내었다고 농담을 한다. 그 입장료로 우리가 산 전체를 독차지 전세라면 손해 보는 장사는 아님이 틀림없다.

조금 지나 회룡사로 향하는 회룡골로 진입하고, 올라가는 길옆 계곡에는 시원스럽게 생긴 미끈한 바위하며, 나무꾼과 선녀의 이야기가 연상되는 밑바닥이 훤히 비치는 작은 바위 바닥의 연못이 눈에 띈다. 맑은 계곡물이 조용히 흘러 들어오고 나가고 있었다. 누군가가 그곳으로 풍덩 뛰어들어 대표 한 사람이 목욕을 하라고 농담한다. 만물은 내리는 비를 그대로 맞고 흠뻑 젖는다. 물방울이 달린 나뭇잎, 풀잎과 꽃잎은 청초하고 생기가 가득하다. 바람이 간지럽게 스쳐 지나가도 그 희롱을 다 받아준다. 이파리 색깔이 가장 청순하며 가장 고왔던 연초록의 그 때는 이미 지나갔다. 그래도 진초록으로 변해가는 줄기와 이파리에는 파릇 노릇, 파릇파릇한 아름다운 색깔이 아직도 남아 있어 빛깔이 고운 좋은 때다. 파란 녹색 수풀 속에 간혹 보이는 철쭉의 백분홍색이랑, 붉은병꽃나무에 핀 자홍색 꽃잎색깔은 초록색 잎사귀에 대비되고 온 산의 푸르름 속에 돋보여 눈길을 끈다.

회룡사에서

한 30분 걸어 회룡사에 도착하고, 그 입구에는 흐릿한 기억에 禁亂榜(금란방)이라고 팻말이 세워져 있었다. 소란을 피우지 말라는 뜻으로 이해하고 오른쪽으로 돌아 마당 안으로 들어가니 2층 정각이 있고 그 정각 바닥에 자리잡은 석조대에서 물이 쫄쫄 흘러내린다. 목은 마르지 않아도 물맛을 본다. 그리고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본다. 극락대전 앞 왼쪽에는 석조 관세음보살 전신 상이 높이 세워져 있고, 오른쪽에는 그 기단에 연꽃을 새긴 5층 석탑 문화재도 있었다. 녹음 된 듯한 여승의 목소리의 반야심경의 독송이 조용한 산사에서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선입견 때문일까. 뒤편의 산과 조화되어 절묘하게 자리잡은 절터, 아담하고 깨끗한 절의 경내 구석 구석에 보이는 건물과 불상, 석탑과 나무들의 조화로운 배치, 화단에는
여러 가지 화초 중 진홍색 모란꽃이 반쯤 움츠린 채 피어 함초롬히 빗방울을 머금고 있었다.

이 모든 것이 섬세한 여인의 손길이 닿은 듯, 가꾼 듯한 느낌이 전해온다. 이 절이 무슨 여승과 관계가 있을까. 그렇다. 알고 보니 비구니와 인연이 있는 절이다. 이 절은 이조 인조 8년(1630년)때 비구니 예순에 의하여 중수 되었다고 전하기도 하고 또 6.25 동란으로 불타버린 절을 비구니 도준이 1954년부터 대대적으로 복구사업을 하여 왔고 극락전도 근년에 완성된 모양이다. 그런 인연 때문일까, 회룡사 경내에는 비구니 선방이 있다고 하니 그 독송소리는 선방에서 흘러 나온 것일 것이다. 북한산 생태보전의 그 분규의 한가운데 섰던 절로서, 사패산 터널공사로 인해, 그 공사의 재개에도 불구하고 수행도량으로서 기능을 상실 우려가 가 현실화 되지 않아 그 선원에 영향이 없기를 기원해 본다.

의상대사가 지었다는 이 절은 원래 이름이 법성사인데, 이조 태종 3년(1403년)에 태조가 왕자의 난으로 함흥에서 은거하다가 무학대사의 설득으로 한양성을 향해올 때, 타고 잇던 수레가 움직이지 않으므로 무학대사가 회란용하를 기원하였더니 비로소 움직였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기원의 성취됨을 기념하기 위하여 회룡사로 이름을 바꾸었다고도 하고, 1394년 무학대사가 정도전의 미움을 받아 이 토굴에 은닉하던 중 이 태조가 방문하여 머무른 데서 회룡이라고 고쳐 불렀다고 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한 동기가 나의 무식을 깨우쳐준다. 여기의 회룡은 용룡자에 돌아오는 회자인데, 용은 왕을 의미하니 돌아온 왕을 일컬어 회룡이라고 가르쳐 준다. ‘돌아온 장고’처럼 ‘돌아온 이 태조’인 모양이다.

회룡사를 지나서

회룡사를 지나 능선으로 향하는 오솔길에서 본 하늘은 여전히 재색 빛이다. 산속 수풀은 온통 맑은 연두색에서 진한 초록색으로 변해가는 싱그러운 생명의 색깔이었다. 우리가 지나가는 산길 바닥에는 모래알보다 큰 돌 부스러기가 깔린 밝은 흙색이었다. 물기 머금은 그러한 땅을 밟는 소리가 저벅 저벅 철벅, 싸그락 싸그락 여러가지 소리를 낸다. 능선에 올라서니 연한 안개가 빠르게 지나간다. 들고 다니는 우산에는 똑 또오독 또옥 뚝하고 선명하나 불규칙하게 소리를 내는 가는 빗방울과 굵은 빗방울이 떨어진다. 바람은 간혹 비를 흩날려 배낭을 젖게 한다. 햇볕이 나면 조금은 따가웠을 그런 날씨와는 달리 우산 쓰고 다니는 것도 또 다른 맛이라고 한 동기가 말한다. 갈참나무, 꿀밤나무의 새잎은 바람이 우리를 행해 불어오면 고개를 우리 쪽으로 향하여 웃는 듯이 팔랑거린다. 희미하게 지나가는 안개를 보면서 안개보다 좀더 굵은 비는 순수한 우리말로 ‘는개’라고 한다는 것을 옆에서 들어 배운다.

돗자리로 차일치기 / 즐거웠던 점심시간

사패산 정상

시원하게 널따란 정상 마당 바위에 올랐다. 안개가 자욱하다. 시야가 좁다. 유감이지만 안내 판에 그려져 있는 멀리 도봉산의 백미 자운봉, 오봉을 머리 속에 그려보며 그것으로 만족해야 한다.

자리찾기

오늘 산행의 클라이맥스는 점심을 먹을 자리를 잡기 위하여 우왕좌왕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나고 보니 그것은 고생이 아니라 즐거운 일이었다, 비는 계속 내리고 있었고 쉴새 없이 바람도 불고 있다. 비 맞은 무성한 나뭇잎 아래로 빗방울은 흘렀으며 바람에 이파리는 부르르 떨고 있다. 이미 점심을 먹을 시간은 지났지만 장소 물색이 쉽지 않다. 552m 바위 정상 한 켠에는 널따란 바위가 있었고 먼저 자리잡은 다른 팀도 있었다. 여유자리도 있었고 바람은 적었으나 바로 하늘에 노출되어 우산을 쓰지 않고는 비를 피할 수가 없다. 우산을 들고 식사를 할 수는 없는 일이다. 정상을 비켜 아래로 조금 내려 온 곳에서 길옆 숲의 나무아래에서 자리를 잡고자 일차 시도가 있었다. 하지만 그 장소는 강하게 불어오는 바람에 편안한 마음으로 점심을 먹기가 곤란하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더 하산하여 자리를 찾아보되 최악의 경우에는 망월사 경내에 도착할 때까지 점심을 굶고 우선 막걸리라도 한잔씩 하자는 얘기가 설득력을 지녔다. 다시 후퇴 조금 내려와 우리가 발길을 멈춘 곳은 약간의 경사는 있으되 참을 만하고, 무성한 나무 잎에, 흩날리는 비의 반 정도는 차단도 해주고 바람도 어느 정도 피할 수 있는 곳이다. 이 정도면 훌륭하지는 않아도 참을 수 있는 장소이다.

돗자리로 차일치기

앉는 것보다는 하늘로부터 비를 피하는 것이 급하다. 이제 돗자리는 평소처럼 깔고 앉는 방석의 용도가 아니라 하늘의 비를 차단하는 차일의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니 돗자리는 자연히 보통 사람의 키보다도 더 높은 곳에 활짝 펼쳐서 걸려져야 한다. 차일을 설치하는 일에 추연수와 유철이가 발벗고 나섰다. 사방에 늘어선 나무에서 적당한 높이의 가지를 찾고 거기에 노끈 대용으로 이름패(경맥산악회) 목걸이 줄을 당겨 매고 한편으로는 돗자리의 네모서리 구멍에 끼워 연결하는 것이었다. 키가 큰 구상교도 남순대도 이상현도 줄과 나무와 줄과 돗자리에 연결하는데 적극 가담이다. 남회장이 가졌던 이름패 목거리 줄과 유철이가 가지고 있던 노란 긴 고무줄은 전혀 뜻밖의 장소에서 뜻밖의 용도로 이용되어 돗자리를 이용해 만들어진 비 가리개 용 차일의 설치는 특수요원을 뺨치듯 시간을 끌지 않았다. 주위의 성원이 합세하니 멋진 추억으로 남을 점심 먹을 장소가 마련된 것이다. 머리 위에 떠있는 돗자리 모서리와 연결된 나뭇가지에는 각자의 우산도 같이 활짝 펴 펼쳐놓았다. 아이디어가 백출한 것이다. 비록 숭숭한 나뭇잎 사이로 뿌리는 빗물이 한 방울씩 내 등과 라면 국물에 썩이기도 하였지만 그건 출출한 배를 참는 것에 비하면 한참 약과이다.

꼭 필요한 사람

유철이의 말처럼, 유철이가 없으면 한뫼회가 큰 일 난다. 유철이가 챙겨온 이 돗자리가 없었다면 산에서의 이처럼 멋있고 추억이 될 점심은 고사하고 산상에서 한 두 시간 더 배고픔을 참아야 했을 터이니 한뫼회 산행에 꼭 필요한 사람이고, 약방의 감초처럼 없어서는 아니 될 사람임을 누구나 다 인정하고, 그 말이 맞다고 맞장구 치며 다같이 웃었다.

기다리던 식사

이제 자리를 펴고 가져온 점심을 풀어 놓는다. 기다렸던 즐거운 점심시간이다. 막걸리를 컵에 한잔씩 가득 채우고 오늘 우중 산행에 참여한 모두들 잔을 높이 들고 건배 위하여를 크게 외친다. 각자가 싸온 음식을 먹으며 나눠 먹으며 시장기를 면한다. 축축해진 땅바닥에 옆의 동기가 준 스폰지 깔개덕분으로 돗자리에 걸쳐 않지는 못해도 편안한 식사를 즐길 수 있었다. 이러할 때를 대비하여 작은 앉은뱅이 접는 의자를 가져온 내 양쪽의 두 동기가 돋보였다. 700원짜리 신라면 컵 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고 라면을 불린다. 라면 국물은 비 오는 날에 별미인지, 입대지 않고 옆에 둔 반이 안되게 남은 라면과 국물을 남회장이 가져가 먹고 마신다. 나도 남회장의 백반에 밥을 말아 더 먹는다. 남 회장이 데쳐서 가져온 많은 양의 새파란 느릅나무 새순에 초장을 찍어 먹는 것이 인기였다. 동기들을 생각하고 순을 따고, 데쳐서 오늘 이 자리까지 가져온 성의가 놀랍다. 매번 무언가를 여유분 있게 준비해온다.

틀니이야기

점심과 반주를 먹는 중에 막걸리를 따른 종이 컵이 오고 간다. 구상교는 치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모양이다. 막걸리를 사양한다. 치과라는 말이 나오자 말자 누가 또 웃기자고 재미난 노부부의 틀니 이야기를 꺼낸다. 옆 사람이 그 이야기를 수정도 해준다. 얘긴즉슨 “노부부가 잠자리에 들었다. 할머니가 할아버지에게 말을 꺼낸다. 여보, 우리 젊었을 때는 당신이 뽀뽀해 주었는데, 그러자 영감님이 할멈의 볼에 쪽소리나게 뽀뽀해준다. 할머니가 다시 말문을 연다. 여보, 그 때는 당신이 내 귓불도 잘강잘강 깨물어 주었는데, 그러자 영감님이 일어나 문을 열고 나간다. 할멈이 묻는다. 여보, 어디가요, 영감님이 대답하기를, 나, 틀니 가지러 간다”.

사패능선에서 포대능선으로
또 망월사를 거쳐오는 하산길에

풍경 즐기기

후따딱 점심을 마치고 일어났을 때는 2시가 막 지난 시간이다. 사패능선을 내려오다가 다시 올라가는 능선에서 되돌아보니 올라왔던 회룡사 계곡에서 능선 방향으로 뿌연 안개가 빠르게 이동한다. 그 흐름이 범상치 않다. 무슨 일이 생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뒤에 오는 친구에게 뒤돌아 그 정경을 보라고 권한다. 올라오면서 내려가면서 시선을 끄는 곳에서는 발길을 멈춰 서로 정경을 즐기는 여유를 잃지 않는다.

근육통

포대능선으로 연결되는 사패능선에 오는 도중 이상현의 등살 아랫부분에 근육통이 왔나 보다. 그런데도 그 고통을 참으면서 올라 왔나 보다. 일행이 멈춘 곳에는 의사 추연수가 옆에 있고, 박창기가 친구의 등에 마사아지 하느라 열심이다. 일행 중에는 마음 아파하는 부인도 있고, 의사도 있고, 물리치료사 같이 정성껏 문질러 주는 동기가 있고, 모두들 걱정하는 동기들이 있으니 그래도 다행이다. 의사는 다르다. 비상으로 휴대한 약을 건넨다. 근육통에 듣는 약인 모양이다. 그렇게 심각하지 않았는지 별 탈 없이 잘 내려와 정말 다행이다.

동네북이 아니다

이 자리에서는 산행은 다수결로 코스를 정할 곳이 아니라는 말이 나왔다. 백 번 지당한 말씀이다. 일기가 불순하니 왔던 회룡계곡으로 내려갈 것으로 지레 짐작 생각 했던 친구가 불평을 한다. 일기도 불순한데 왔던 길로 내려가지 않고 어려운 새 길로 간다고. 구상교가 말한다. 이 길이 원래 계획되었던 길이고, 망월사로 가는 길이 더 편하고 더 쉬운 길이라고. 계속 같은 길로 진행하는 것으로 보아 이점이 다들 양해가 된 모양이다. 등반 대장이 동네 북이 되어서는 아니된다. 툭하면 코스로 과하게 잡았다고, 쳐진 동기를 배려하지 않는다고 잘해야 본전이고 욕 얻어 먹기 십상이다. 다 아는 바와 같이 계획된 코스를 다수결로 물어보고 반대하는 자가 있는 데도 불구하고 다른 길로 수정하며 독선적으로 끌고 가는 그럴 등반대장이 아니다. 안전이 최우선이고 힘든 자가 제일 먼저 고려되어야 함을 철저히 지키는 구상교이다. 몸에 무리가 있으면 반드시 알아야 할 사람인 등반대장이든 회장이든 총무에게 알려주어야 한다. 알아야 면장을 하고 그것도 바로 할게 아닌가. 현 상태에서 일행이 처한 상태를 파악하면 전체의 이해를 구하고 현재 상태에서의 최적의 코스로 수정하거나 최선의 방법을 강구하지 않겠는가. 일행에게 부담을 준다고 생각하고 억지로 참지 말자. 미리 미리 상의하자. 이해하지 않을 동기가 어디 있겠는가. 결국은 그것이 다 자기를 위한 것인데. 오히려 억지로 참아 문제라도 생기면 그것이 일행에 부담이 되는 것이다. 동기들 간이다. 무슨 형식 체면을 차리나. 동기가 아니라 해도 그렇다. 안전에 관련된 문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다.

사패능선에서 포대능선으로 건너오는 중에는 잘게 잘린 녹슨 철조망이 무더기로 길옆에 쌓여 있는 것이 군데군데 보였다. 아마 군사보호시설 구역 당시에 사용되었던 철조망이 뒤처리가 제대로 안된 모양이다. 산행인의 안전을 위협하도록 방치했다고 사람들이 한마다 씩 욕을 하고 지나간다.

망월사에서

우산 들고 내려와서 마지막으로 편안히 비를 피하면 일행이 쉬어 간 곳은 전망 좋은 망월사 경내 대법당 처마 밑 축대에서다. 혼자만 법당에 들어가 부차님께 3배를 하고 나왔다.
처마에서 떨어지는 낙수소리를 들으면서 한참 동안을 쉬면서 계속 잡담이다. 정숙이란 팻말이 보였어도 정숙이 뭐 여자 이름이냐 하고 그걸 크게 마음에 두지 않은 우리 들이다. 악의가 없다.

하산길/뒤풀이

망월사역으로 내려오는 망월사 계곡 길에는 수려한 바위들이 잠시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친구가 지적한다. 반달모양으로 생긴 바위가 높은 곳에서 아래로 입을 쩍 벌리고 있다. 망월역 입구로 내려오는 하산 길에서 보니 비 뿌리는 산행으로 속옷도 일부 젖었다. 속옷까지 기능성을 구입하지 않으면 습기 배출이 안되니 겉옷만의 기능성 효과가 반감하는 모양이다. 흩날리는 비로 조심했어도 조금 씩은 옷이 젖은 우리는 단체 찜질 방 이야기가 나왔다. 이미 시간도 많이 되었고 겉옷도 젖은 상태에서 따끈한 국물 있는 음식을 먹자는 중론에 따라 찾아간 집은 망월사역 근처에 자리잡은 ‘삼청동 수제비’ 집이었다. 언제 기회가 닿으면 찜질 방 단체 방문을 한번 시도해 봄직하다는 생각이 남는다. 장수 막걸리에 파전과 수제비, 칼국수를 시켜 먹으면서도 정력은 살아 있는 자의 영원한 화두인 양 발기부전 치료제 비아그라와 그 사촌쯤 될 시알리스와의 비교설명 등 정력제에 관한 얘기는 계속 흥미를 끄는 화제였다. 뒤풀이를 마치고 망월사 역으로 향할 때는 이미 6시가 되었다. 1호선 전철을 타고 환승역 도봉산역에서 대부분 갈아타기 위하여 헤어짐으로써 종일 우산을 들고 다녔던 비오는 날의 산행은 무사히 잘 마쳤다. 열한명의 우중 산행 동행자들 모두 만세 만만세이다.

길고 지루한 글을 마치며
동기들 모두 건강하세요.

2004. 5. 14.
동기 김영환 올림


2004. 5. 9. 사패산 산행 참석자 명단(10 +1명)

구상교, 김영환, 남순대, 박창기, 신경철,
유철, 이대용, 이상현 부부, 이원근, 추연수,


사패산 산행이 있은 지난 일요일에는 종일 비가 구질구질하게 내렸다. 그래서 줄줄이 지각사태가 벌어졌고, 땅바닥에 있어야 할 돗자리는 차일용으로 나뭇가지에 매달려 지고, 하루종일 들고 다닌 우산으로 어깨가 아파 왔다. 지나고 보니 그것이 오히려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이 될 것이다. 그 추억을 남기고자 산행에 관한 우리들의 이야기를 적어본다. 그리하여 우리가 걸어갔던 그 길이 다시 머리 속에 떠오르게 된다면 의미가 없지는 않을 것이다. 그 자세한 내용을 소모임 한뫼회 게시판에 올려본다. 짧은 솜씨에 지루한 긴 글을 남긴다. 하여 한가한 시간에 한번 읽어보시면 그날의 상황이 떠오를 것으로 믿어본다. 믿거나 말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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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패산 산행기(8년전 회고) 2012-07-11 김영환 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