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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駱山誓願
이름   姜孟勳 등록일   2009-05-17 오후 5:5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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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용
우리집 아들 놈이 어릴 적부터 가지고 있던 소망 중의 하나가 집을 떠나 혼자 살아보는 것이었는데 내가 이 낌새를 알아차리고 이를 저지하기 위하여 다년간 알게 모르게 틈틈히 생각을 고쳐 먹도록 세뇌작업을 하여왔으나 이 노력이 전혀 효과를 보지 못하고 대략 3년 전 어느 날 “이러 이러한 사유로 집을 나가야 되겠다” 하는 말이 기어코 나오고야 말았다.
사유를 들어 본 즉, 도무지 반대할 명분도 없어 만부득 승락을 하면서 속으로는 “혼자 사는 일이 그렇게 즐겁고 쉽지만은 아니 할 터이니 조금 있다가 지치면 다시 들어 오겠지…..”하고 생각하였다.
그런데 웬걸! 한번 집을 나가더니 물 만난 고기처럼 신이 나서인지 집에 잘 오지도 않을 뿐만 아니라 전화 연락도 별로 주질 않아서 결국 너무 궁금한 마음에 우리 집사람의 “일방적 아들 찾기,매일 한번 전화하기”사태가 벌어지고 말아서 극기야는 “매일 전화 금지령”까지 내리게 되었고 심지어는 “너 살림 차렸냐?”하고 단도직입적으로 압박도 해 보았고 “집을 옮겼으면 조만간 OPEN HOUSE라도 해야지….!”하고 꼬셔도 보았는데 백약이 다 무효가 되어 한번 집을 나간 아들 놈의 굳건한 心地를 되돌릴 수가 없었다.

사정이 이렇다고 하여 아들 얼굴 한번 보기 위하여 아들의 허락을 받지도 않고 몰래 집을 찾아가는 방법은 모양 상 너무 좋지도 않고 나의 성격과도 일체 부합되지 않는 것이어서 그저 아들 놈이 스스로 집에 오기 만을 기다리면서 늘 무언가 풀어야 할 숙제를 머리에 지고 있는 기분으로 지내게 되었다.

이런 와중에 어쩌다가 꼭 아들 탓만은 아니지만 작년 여름부터는 어떤 이유로 아들이 사는 종로구,중구 일대를 일요일이면 매번 산책삼아 배회하게 되었는데 이 때는 간혹 전화를 하여 가까이 있음을 빙자하여 “점심이나 같이 하자!”하고 기습 제의를 몇 번이나 한 적이 있으나 이럴 때마다 번번히 내가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이런 저런 이유(?)를 대며 거절을 해대어 이윽고 거의 父子有親의 道를 포기하는 상태에 까지 이르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어쩌다 보니 동대문에 바로 인접하여 있는 낙산(駱山)에 오르게 되었는데 이곳에서는 특이하게도 아들 놈이 살고 있는 明倫洞과 함께 창경궁 전체가 바로 한 눈에 내려다 보이고 이에 더하여 옛 서울 도성의 윤곽를 뚜렷하게 경계 짓는 북악산 능선 그리고 인왕산,남산의 전경이 그림처럼 그 배경을 장식하고 있어서 무엇인가 나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묘한 느낌이 들어 이 날 이후로는 이상하게도 아들 생각만 하면 어느듯 내 마음은 나도 모르게 까마귀처럼 낙산(駱山)에 걸터 올라 아들이 살고 있는 동네를 가만히 내려다 보게 되었다.

그러다보니 어느 날은 문득 이 동네 전체가 옛 조선시대 왕실 여성들과 깊은 관련이 있는 곳임을 알게되었고 또 그러다보니 노파심인지 무엇인지 공연히 이상한 기분도 들곤하여,
말하자면 원래 아들 놈이 하는 일 자체가 성격 상 아무래도 주위에 여성들이 상대적으로 많이 꾄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었는데 그런데 거기다가 굳이 "그렇게 행복한 일생을 보냈다고 볼 수 없는 조선시대 궁궐 여자 귀신분"들이 우글거리는 동네에 까지 가서 산다는 것이 우연이라 생각하고 그냥 지나쳐 버리기는 애비로서 너무 성의가 없는 것도 같아서,
차제에 내가 아들을 바라보고 대하는 시각을 다시 한번 확인 정리하고 앞으로의 다짐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이리하여 어떤 날 부터는 아들 이야기가 나온다든지 또는 아들 생각이 나서 내 마음이 나도 몰래 낙산으로 날아 오를 때에는 항상 먼저 스스로를 다짐하고 동시에 이곳의 궁궐 여성(FEMALE SEX)귀신 분들에게 살아있는 남성(MALE SEX)의 한 사람으로서의 부탁을 띄우기도 한다.
이것이 아주 효험이 있었으면 좋겠다!

<駱山誓願>

더욱 더
날이 갈수록
부자관계가 아니라
같은 남성(MALE SEX)으로서,
또 동등한 인류(HUMAN RACE)의 한 사람으로서
아들 놈을 생각하고,대하고,이해하고 가급적 멀리서 바라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럴지오니 부디 이 駱山 주위의 고귀하신 여성 귀신 분들께서
비록 과거 생전에 섭섭하고 한 맺힌 것이 많았다고 하더라도
또 제가 그를 제 갈길로 풀어 놓았다고 하여서
지나치게 오랫동안 희롱하시거나 또 너무 심하게 심술,투정부리시지 마시고
오히려 어여삐 잘 보아주셔서 지극 가호해 주실 것을
부디 당부드립니다.
제가 여성(FEMALE SEX) 분들께 그간 특별히 잘 못한 일은 별로 없는 것 같습니다.


2009년 5월16일 씀

***낙산과 조선 여인

낙산에서 창경궁을 바라보면 그 정문인 홍화문과 주(主) 건물인 명정전이 일직선 상에 있음을 바로 알 수가 있다.즉 이것은 창경궁 자체가 다른 궁전과는 달리 동향으로 설계되어 이곳에 일하거나 거소를 둔 모든 사람들이 자나깨나 주야로 낙산을 바라보고 살았다는 것을 말한다.
창경궁 자체가 왕실 여성들을 모시기 위하여 지어졌고 또 그러다보니 궁녀들의 거소도 이곳에 집중되어 있어서 그야말로 궁궐 여인들의 희로애락이 무수히 깃들어 있는 곳이다.그러니 아마도 마음이 괴로울 때는 많은 이 곳 여자 분들이 낙산을 쳐다보며 수도 없이 많은 한숨과 눈물을 짓고 혼잣말을 되뇌었을 것이리라.....!
우리가 잘 아는 혜경궁 홍씨 이야기,장희빈의 저주,내의원의 장금이도 다 이곳과 관련이 있는 것이다.
낙산 뒷쪽으로는 비구니 사찰로서 왕실여성과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靑龍寺의 안쪽에 죽은 선왕들의 자식없는 후궁들이 살았던 정업원 옛터가 있었고 단종의 妃 정순왕후의 슬픈 이야기가 깃들어 있는 동망봉도 있다.
그리고 창경궁 과 낙산 사이에 낮으막한 구릉이 있는데 이 곳은 원래 창경궁의 부속 동산인 함춘원(含春苑)이 있었던 자리이나 현재는 서울대 의대와 간호대가 들어서 있다.특히 여성의 숫자가 압도적인 간호대학교 기숙사가 함춘사(含春舍)라는 이름을 이어 받아 이 자리에 들어서 있는 것을 보면 역시 여성들의 위세가 강한 곳임을 느기께 된다 .
또 작년에 세상을 매우 풍미하였던 아무래도 좀 여성스러운 느낌이 드는 혜원(蕙園)이라는 별호를 지닌 신윤복(申潤福)의 대표작인 미인도▶미인도를 변화시킨 그림,장지에 채색,75x190,12폭 중 3폭,(클릭)◀가 바로 이곳에서 가까운 성북동 소재의 간송미술관에 소장되어 있다는 것도 결코 우연이 아닌듯 이곳 낙산 주위로는 옛 조선 여인들의 인기척들을 실감있게 많이 느낄 수 가 있다.
현재 낙산 바로 밑에는 사회 어떤 분야보다도 여성들의 진출이 왕성한 예술계의 주요 활동 무대인 동숭동이 있다.

***일단 궁녀로 입궐하게 되면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죽을 때까지 궁에서 일을하여야 만 하고 이에 따라 당연히 왕외의 다른 남성과의 접촉 또는 혼인이 엄격히 금지되니 아무래도 이 분들이 자연스럽고 좋은 삶을 영위하였다고 보기는 어렵다.옛날 일이지만 참으로 안타까운 時代相이라 아니 할 수 없다.

***낙산에 올라서서 바라보면 서울대 부속병원 건물들에 가로 막혀서 창경궁의 주요 건물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그러나 "낙산정" 이라는 정자 부근에서는 크고 높은 건물사이 틈새로 명확하게 홍화문과 명정전등이 보이고 낙선제를 포함한 창덕궁 일대 숲의 윤곽을 잘 알 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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