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오면 산수유,개나리,진달래,벚꽃,철쭉,목련,라일락,사과꽃..... 그리고 모란,장미 꽃이 줄을 이어 밝고 화려하게 피고 지다가 6월초,작약 꽃을 끝으로 기어코 봄이 내 곁을 “훌쩍” 떠나버리면 무덥고 답답한 여름을 예고하는 공허한 기운이 별안간 나를 에워싸기 시작한다.
이런 날이 한 몇 주간 지속되면 태양은 夏至 위에서 따가운 빛을 마구 뿌리고 숲은 이에 놀라 서둘러 잎사귀를 키우고 키워서 수많은 크고 작은 초록 우산을 지어 잔뜩 펼쳐 쓰고는 곧 이어 쏟아질 장맛비를 우두커니 서서 기다린다.
이 때는 숲에 들어도 이미 숲은 그늘에 깊이 잠겨 있고 가냘픈 야생화 몇몇이 여기저기 숨어서 소리 없이 나를 부르지만 이미 맑고 밝은 봄 꽃에 길들여진 내 들뜬 마음을 그리 쉽게 채워주지는 못하는데.....
그러다가 이윽고 장맛비가 우리 집 창을 두들기기 시작하면 이에 맞추어 마치 失春症에 시달리는 나를 위로나 하듯 채송화 한 두 송이가 잃어버린 봄빛을 고스란히 머금은 체 고개를 내밀기 시작한다.
맑고 투명한 빨강,노랑, 분홍,주황,보라,하양 꽃 아장아장 색동저고리 내 어린 봄빛 친구 채송화!
키가 작아 언제나 발꿈치를 들고 서서 작고 맑은 얼굴 두 손에 괴고 나를 향해 “이리 방긋”,”저리 방긋” 웃음 짓는 귀염둥이 너 채송화!
네가 있어 여름 내내 그리고 가을을 뛰어넘어 초겨울까지도 지난 봄을 잊지 않고 내 마음에 모아 소중히 담으며 지내니 나는 언제나 너 앞에서 꿈을 꾸는 소년이 된다
매일 아침 피었다 지고 또 다시 새로 피고....또 새로 다시 피어… 어제도 오늘도 내일도 너는 가는 시간을 붙들어 세우듯 늘 새롭기만 하구나!
너무 무덥고 답답하여 생각조차 숨을 멈추고, 바람조차 이 지구를 탈출해 버린듯한 찌는듯한 여름 낮에 그래도 한 줄기 바람이 있으면 갸냘픈 허리로 말없이 흔들리며 내가 혼자가 아님을 기어코 알려주고
그러다가 문득 심한 바람이라도 불면 별안간 얼굴을 찡그리고 몸매까지 파리해지고 초췌해지며 흐트러져 그 자리에 그냥 들어 누워 버린다 그러니 비둘기라도 한번 앉았다 가면 미친 년 머리털처럼 헝클어져 야단 법석 생떼를 마구 부린다.
아침에 느릿느릿 눈 비비며 깨어나는 잠꾸러기! 언제나 오후 일찍 하루 놀이를 끝내고 헹하니 돌아서 버리는 새침데기! 흐린 날은 흐리다고 하루 종일 토라져버리는 심술쟁이! 그러다가 아침부터 햇빛이 너무 좋으면 마치 우리 집은 幼稚園 마당처럼 너희들 꽃 짓거리로 가득 차게 되고 덩달아 매미소리도 자지러진다.
이윽고 더위가 가고 서늘한 가을이 깊어가면, 꽃은 점점 작아지고 작아져 안개꽃처럼 조롱조롱 매달리듯 피게 되더라도 봄빛만은 결코 사라지는 법이 없고 더하여 꽃 지고 겨울이 오고 눈 오고 서리 내려도 비록 남은 연붉은 마른 줄기만은 丹心으로 남아 서서 끝없이 차거운 바람에 흔들리면서 여전히 봄을 말하는 나의 꼬마 친구 늘봄 菜松花야! 너는 常春花,無心花,靜心花 그리고 靑心花로구나!
그리고 만일 앞으로 살아가는 동안에 언제 내 마음에 꼭 드는 새 집으로 이사를 하게 되는 행운을 가질 수 있다면,그 때는 우리 집 바깥 창문 전면에 길게 화분을 설치하고 그 안에 채송화를 둘러 심어 일년 내내 지켜보고 함께하면서 이름하여 그 집을 “채송화 하우스”(MOSS ROSE HOUSE)라고 부르고 싶다! 그러면 시간이 가고 또 가서 나의 얼굴에 흉한 주름이 무수히 패이게 되더라도 마음 만큼은 매일 봄을 보고 꽃을 보고 동산을 타며 네 손을 잡고 꿈을 보듯 청아한 노래를 목 노아 부르리라!
2008년 7월5일 씀
***채송화와 함께 생활을 한지도 벌써 13년이 다 되어간다. 우리 집 채송화는 베란다 창 밖의 50cmx15cm 크기의 사각 화분에 자리잡고 있는데 특별히 가꾸지 않고 자연 그대로 떨어진 씨에서 발아 성장하여 매년 꽃을 피운다. 이렇게 하면 좁은 공간에 다른 잡초는 자라지 못하고 자연히 채송화만 자라나게 된다. 채송화는 자연에서도 작은 씨앗으로 군락을 이루며 번식하는 것임으로 그냥 방치하여야 잘 자라고 꽃의 크기도 적당해진다.인위적으로 공간을 넓혀주면 줄기가 너무 굵어지고 꽃이 너무 커서 보기가 싫어진다.
처음에는 2~3송이가 피다가 여름 한철에는 많게는 50~60송이가 하루에 피고 지니 생명력이 대단한 꽃이다. . 그리고 항상 외줄기 끝에서만 하루에 꽃 한 송이가 피었다 지는데 일단 지면 다시 피는 경우는 일체 없다.다음 날에는 그 바로 주위의 다른 꽃망울에서 새롭게 피어난다.
아침 8시경에 개화하고 오후 3시경에 진다. 그리고 대략 11월초~중순까지 줄기차게 피고져서 무궁화보다도 더 오래 간다.
잎은 솔잎처럼 바늘 형이지만 동시에 선인장처럼 도톰하여 이름이
[나도 한마디]
박상환
강 맹훈 선생의 필력이 대단한데, 작은 채송화를 표현함에도 선생의 깊은 지식이 묻어있음을 느끼오. 이따금씩 감짝감짝 놀라게 만드는 강맹훈 선생의 글이 더 자주 올라오기를 바랍니다. 그 뜨거운 사물에의 열정이나 집념에 감탄과 존경을 표하고 싶은 팬의 한 사람으로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