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 시대 때의 문신 이규보(李奎報)의 시입니다. 우리나라 최초의 영웅시인 '동명왕편'을 지은 그는 무인정권 시절 당대의 명문장가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이 시를 통해볼 때 이규보는 가히 달관의 경지에 이르러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우물에 달이 빠져 있는데, 산속에 사는 스님은 그 달을 호리병으로 길러올립니다. 절에 가져와 물을 쏟아보니 달은 그 자취를 찾을 수가 없습니다.
그것은 물리적으로 해석하면 당연한 이치인데, 그러나 이 시에는 결코 만만치 않은 깊이를 느끼게 해주는 철학이 들어 있습니다. 즉 시인은 불교의 '색즉시공(色卽是空)'을 이 짧은 시를 통해 명쾌하게 풀이하고 있는 것입니다.
1구의 마지막 글자인 '색(色)'과 4구의 마직막 글자인 '공(空)'이 합일을 이루면서, 이 시는 절묘하게 '색즉시공'을 설명하고 있습니다. 우물 속에 비친 달빛은 '색'인데, 그것을 호리병 속에 담아다 절에 와서 쏟아보니 어느새 그 존재는 달아나고 '공'만 남아 있습니다. 즉 형상이란 우물 속의 달빛처럼 달이 지고 나면 곧 사라지므로 공허하기 짝이 없는 일시적인 모습일 뿐입니다.
인생 또한 색인데, 그 형상도 죽고 나면 공으로 돌아가 형체가 없는 아무 것도 아닌 것이 됩니다. 부질 없는 인생살이가 이 시편 속에 녹아 있습니다.
[나도 한마디]
도명(濤鳴)
친우 박문송이의 댓글속에 강경호에 대한 각별한 우정이 듬뿍 담겨 있어 보기도 좋고, 이제 우리가 육십갑자 한 순배를 돌아 오니, 마응의 창을 열어 나의 즐거움을 이웃의 즐거움에서 찾아 보고도 싶고 그러한 우리의 삶이 이제부터 시작 되어야 하지 않나 싶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