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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풀빵과 돌사탕 |
| 이름 |
박문송 |
등록일 |
2007-02-03 오전 10:06:00 |
| e-mail |
mariscal24@naver.com |
| 내용 |

나 어렸을 적에 먹던 풀빵보다
더 맛있는 빵은 여지껏 없었네
입에 풀칠하기도 어려웠던 시절에
속이 텅 빈 줄은 직감으로 알았지만
볼수록 큼직하고 묵직한 풀빵이
참으로 듬직하고 먹음직스러웠네
먹성 좋은 동생들은 나만 쳐다보았기에
어지간한 풀빵 두어 개만 갖다바쳐서는
어느 코에 한점 내다 붙일 수도 없었지
내가 멀리 장거리라도 한탕 뛰지 않으면
그나마 한입 베어먹을 수도 없었지
길고도 아득했던 칠성동 큰집 심부름 길은
버스를 갈아타고도 한참을 걸어야 했지만
제법 부품한 출장비에 눈알이 부풀어
종점 옆 코딱지할매 구멍가게만은
그냥 못 본 체 지나칠 수가 없었지
가게 안팎에 진열된 푸짐한 풀빵들이
내 입을 온통 침으로 풀칠을 하게 하였지만
애꿎은 주머니만 자꾸만 꼼지작거리다가
코딱지할매의 못마땅한 코웃음을 피하여
어느새 내 눈은 또뽑기에 짱박히게 되었고
호기심은 꽝으로 땡전 한 푼만 겨우 남겼지
마지막 갈림길에서 판단은 적중했네
갈 길은 멀고 앞날은 구만리 같은데
입안에서 금방 녹고 마는 눈깔사탕보다는
단단한 돌사탕이 얼마나 보배인지
한쪽 볼때기 여불딱에 깊숙히 숨겨두고
혓바닥도 아까워서 굴리지를 못했네
마침내 질질 신발뒤축을 끌며 가다가
입안에 침이 모두 말라버렸을 때에야
무사히 큰집에는 당도할 수 있었네
주머니에서 다시 경쾌한 쇳소리가 났고
걸음은 저절로 뜀박질로 바뀌었지
돌아오는 신작로에 저잣길로 나서서는
이것저것 둘러보며 구경도 다 못했는데
갖고 싶은 장난감은 왜 그리도 많았던지
입술 깨물며 눈 돌려 사람 사이로 나오다가
판소리 한 대목 하는 예쁜 심청이를 보았지
하얀 얼굴에 금방 울 것만 같던 그 아이가
우연히 나를 보고 살짝 웃어 주었을 때
내 얼굴은 금새 왜 그리 화끈거렸는지
내 가슴은 덩달아 왜 그리 두근거렸는지
돈 바구니를 들고 내 앞을 다소곳이 지날 때는
어디 쥐구멍이라도 찾으려 고개를 떨구었지만
주머니 속 거금을 힘차게 움켜쥐었던 내 손이
나도 모르게 슬그머니 바구니로 옮겨졌지
뒤도 돌아보지 않고 한참을 뛰었다가
코딱지할매 구멍가게 앞에까지 와서는
풀빵을 기다리는 동생들 째려보는 시선에
어깨가 축 늘어지고 속까지 쓰렸지만
자꾸 예쁜 그 아이의 웃는 얼굴이
내 눈 앞에 커다란 풀빵처럼 보였지
마침 남아있는 최후의 땡전 한 푼으로
나는 또 다시 돌사탕을 골라야만 했었지
집에 와서 동생들은 한숨을 내쉬었지만
돌사탕 한 알을 돌려가며 빠는데
형은 혼자서 오래도 빨았지
동생이 옆에서 애원하듯 하는 말,
" 형아! 다나? "
형아! 의 사실적 발음은
희야! 도 아니고
힝야! 도 아니네.
그럼 그 푸근한 정감어린 단어는
어디 가서 찾을꼬?
아무리 진수성찬도 혼자 먹으면
둘이 먹는 보리밥보다 맛이 없지요.
제가 어렸을 적엔 풀빵 한 개라도
돌사탕 한 알이라도 나누어 먹었기에
그렇게도 맛있고 달콤했나 봅니다.
문득 옛날 어린시절이 떠올라
풀빵과 돌사탕의 추억...
괜스리 콧잔등이 시큼하네요.
과테말라에서
박문송 지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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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등록일자 |
등록자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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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빵과 돌사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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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02-03 |
박문송 |
114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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