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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외갓집 여름 |
| 이름 |
거시기 |
등록일 |
2012-06-11 오후 1:33:00 |
| e-mail |
taekyos@empal.com |
| 내용 |
외갓집 가는 어느 여름날 , 더위먹은 가로수 잎들은 앞 다투어 부채질 하지만 쉬이 더운 기운을 떨치지는 못합니다 땀방울은 그냥 이리 저리 마구 뒹굴 뿐입니다. 그늘도 넌지시 따라 흔들립니다. 반겨주실 외할머니 모습에 걸음이 빨라 집니다.
초록빛 사방은 초여름의 파란 꿈으로 달리고 보리밭은 바람 소리에 맞추어 넘실대며 춤추고 개울따라 늘 푸르기만 하던 짙은 숲속 억세진 풀잎들은 여름의 마지막 춤판으로 활활 그 끝으로 갑니다 고대하던 가을의 축제를 위해서 일찌감치.
언덕길 귀퉁이 조그만 약수터에서 시원한 물 한모금으로 잠시 여름을 식혀봅니다. 부채도 한줄기 바람되어 더운 몸을 잠시 식히고 맥빠진 매미소리는 긴 장마의 끝이라 이따금 흔들리며 들린다. 프라타나스 나무에서. 조금씩은 쉬어가는 소리를 내면서. 여름이 꽤나 긴가 봅니다.
동구앞 오래된 느티나무 아래서는 동동주 넘치는 냄새와 할아버지의 친숙한 목소리가 한가한 여름 한낮을 소박하게 그려내고 구수한 장기 두는 소리와 정겨운 너털 웃음은 젖은 더위를 식힘에 충분하게 멀리서도 잘 들립니다.
신작로 줄지어 선 가로수 저 멀리서 들리는 매미소리 배게삼아 스르르 낮잠을 청하는데 외할머니 옆에서. 너무 긴 하루해, 더위에 지친 거미가 처마밑으로 슬그머니 바람을 찾아 내려옵니다..
툇마루 밑에는 강아지 한 마리 빗소리 들으며 그치기를 기다리며 쪼그려 있고 한가한 고양이는 큰 하품을 합니다. 닭들도 맥없이 서성거리고. 바쁘게 물들을 마시는 병아리들은 그늘을 찾아 옹기종기 모여다닙니다.
사랑채 앞 포도나무에는 한여름의 뙤약빛에서 흘린 땀방울처럼 알알이 영글어 가는 송이 송이들로 보랏빛으로 진하게 익어가고 있습니다.
접시꽃도, 봉숭아도, 갖가지 꽃들이 한창입니다. 소나기는 외갓집에서 더 자주 내리는 듯 합니다. 비에 젖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들 하지요.
착한 얼음 한 조각이 그리운 계절입니다. 멱감은 머리카락 사이로 불어대는 바람은 더할나위 없이 시원합니다. 아직은 고무신에서는 불쑥불쑥 모래가 뒹굽니다. 강가에서 고기 잡고 멱감던 증표로. 외할머니가 부어 주시는 샘물, 목물 두어 바가지에 여름은 훌쩍 달아납니다. 서녘으로 떨어지는 해는 아직도 서성이는데 갑자기 쏟아지는 빗소리에 놀라고 큰 그늘 멍석위에 함께 놀던 아가는 울음을 터뜨립니다. 혼자서. 모두들 마루에 올라와 있는데......
어두울 무렵이라 푸른 달빛 아래서는 어디선가 반딧불들이 하나씩 점점이 희미한 빛을 부리며 적막한 여름 한 밤을 휘저어 날아 다닙니다. 박꽃은 달빛에 더욱 하얗게 빛이 납니다. 비온 후라 하늘엔 별도 총총합니다. 여긴 별도 더 많은 듯 합니다.
모깃불 냄새나는 늦은 오후가 성큼 지나가고 삐거덕거리는 평상에서 우물물에 헹군 굵은 보리밥을 누우런 된장에 꾸욱 찍어 여름을 먹습니다. 진한 된장 국물에 한 술 밥 더 떠 봅니다.
우물가 커다단 다라이속에는 참외와 수박이 둥둥 떠 있습니다.
아가는 평상위에서 여름 달빛을 품으며 한여름 밤의 꿈을 소박하게 꾸는 듯 합니다. 할머니의 부채는 고마울 뿐입니다. 귓가를 지나는 모기 소리가 멀어집니다.
나팔꽃은 새끼줄 따라 담을 따라 바쁩니다. 분꽃이 한창이어라. 여름의 짙은 향기에 지친듯 모두들 꽃잎을 움추리고 황홀하게도 타오르는 저녁 노을속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습니다.
우물가에 뒹구는 감꽃에서 아쉬운 맘을 달래봅니다. 하여 장독에 숨겨둔 설익은 감을 급한 맘에 꺼내어 보기도 합니다.. 떫은 맛이 아직도.
멀지 않은 곳에서 들리는 듯 귀뚜라미 소리에 놀라 가을에게 얼른 자리를 비켜줄 준비를 해야 할듯.
팔랑거리는 잎들 사이로 햇빛은 높고 구름은 하늘 높은 줄 모르는 듯 하고 뭉게뭉게 자꾸만 커져가는데 작게만 보이고 자꾸만 뒤를 돌아 봅니다. 아쉬움으로. 외할머니와 오래토록 손을 흔들어봅니다.
다발 다발 고운 빛으로 탐스러워 진 수국을 한아름 사가지고. 맘이 착해지도록. 장미가 간절함으로 빛을 더 발하는 아파트 담장을 지나 집으로 들어섭니다. 철이른 고추잠자리 가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고층 아파트 사이로 분주하게 날아 다닙니다.
여름날 외갓집 추억을 가슴에 깊이 담아둡니다. 짙은 초록으로 충만한 이 계절에. 더욱 풍성해질 가을을 기원합니다. -서대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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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목 |
등록일자 |
등록자 |
조회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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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갓집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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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06-11 |
거시기 |
122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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