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칸 국제영화제 에서 각본상을 수상한 영화 '시' 초록물고기, 박하사탕, 오아시스, 밀양 에 이은 이창동 감독의 5 번째 영화 시 ! 원로 스타? 우리 나이로 67세의 배우 윤정희의 삶이 녹아든 연기와 이창동감독의 연출에 세계가 감동한 영화 '시' 에는 현역 '시인' 섬진강의 시인 '참 좋은 당신' 의 김용택 시인도 출연하여 '시 문학 강좌' 도 한다.

영화 '시' 에서 문화센터에서 하는 시 쓰는 수업에서 수강생 중 주인공 미자가 유일하게 시를 완성하였습니다. 미자가 지은 시 ' 아네스의 노래' 를 옮겨 봅니다.
이창동감독이 처음부터 배우 윤정희를 영화 주인공 '미자' 로 생각하여 만들었던 작품인지 모르겠지만, 공교롭게 윤정희의 실제 본명은 '손미자', 나이 만 66세로 주인공 미자의 영화속 나이도 66세이다.

아네스의 노래
- 양미자 -
그곳은 얼마나 적막할까요 저녁이면 여전히 노을이 지고 좋아하는 음악 들려올까요
숲으로 가는 새들의 노래 소리 들리고 차마 부치지 못한 편지 당신이 받아볼 수 있을까요 한 번도 하지 못한 고백 전할 수 있을까요 시간은 흐르고 장미는 시들까요
이제 작별을 해야 할 시간 머물고 가는 바람처럼 그림자처럼 오지 않던 약속도 끝내 비밀이었던 사랑도
서러운 내 발목에 입 맞추는 풀잎 하나,
나를 따라온 작은 발자국에게도 이제 어둠이 오면 촛불이 켜지고 누군가 기도해줄까요

하지만 아무도 눈물은 흘리지 않기를 검은 강물을 건너기 전에 내 영혼의 마지막 숨을 다해 당신을 축복하리
마음 깊이 나는 소망합니다 내가 얼마나 당신을 간절히 사랑했는지 당신이 알아주기를
여름 한낮의 그 오랜 기다림, 아버지의 얼굴 같은 오래된 골목 수줍어 돌아앉은 외로운 들국화까지도
얼마나 사랑했는지 당신의 작은 노래 소리에 얼마나 가슴 뛰었는지 나는 꿈꾸기 시작합니다 어느 햇빛 맑은 아침 다시 깨어나 부신 눈으로 머리맡에 선 당신을 만날 수 있기를


영화 '시' 의 주인공 66 세의 미자
영화속 미자는 우리 엄마의 모습일 수 있고 또 늙어 가는 우리 들의 모습일 수도 있다.
미자는 세상의 아름다움을 보고 싶고 말하고 싶지만 자꾸 단어를 잊어먹다 치매에 이른다.
이 노래는 손자에게 강간당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녀를 위한 영화 '시' 의 주인공 양미자의 시이다.
영화의 가장 중심이 되는 이 소녀의 죽음을 둘러싸고, 모든 사람들은 살아있는 사람들의 이기만을 위해 이야기한다.
가해자인 자식의 미래를 위해 위로금을 주고 끝내려는 학부모들, 기자, 선생님 등등
하지만 미자는 그 소녀를 생각한다. 꽃다운 나이에 지고만 어린소녀에게 죄책감을 느낀다. 그 소녀가 살았으면 느끼고 생각하고 노래하고 시를 지었을 것들을 미자는 대신 이루어 주고 싶어한다.
그것이 미자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위로였기 때문이다.

PS : 글 쓰기에 미련이 남아 욕심에 덧 붙여 보는 글
다음 글은 (전주=연합뉴스) 김윤구 기자 가 김용택 시인과 인터뷰한 내용을 옮겨 보았습니다.

영화 '시'에서 동네 문화원의 시강좌 선생님으로 출연한 섬진강 시인으로 유명한 시인 '김용택' 시인은
" 영화 마지막에 '아네스의 노래' 라는 시를 낭송하면서 강물이 흐르는 장면 "
을 최고로 꼽았다.
" 영화 내용과 맞아 떨어지는 그 시가 굉장히 좋았습니다. 그런 내용을 쓸쓸하면서 가슴 아프게 담아내기 어렵죠. 처음엔 외국 시를 가져온 줄 알았는데,이 감독과 둘이 있을 때 살짝 물어보니, 이창동 감독이 시 ' 아네스의 노래' 직접 썼다고 해 놀랐어요."
김용택 시인은 " 자기 삶 속에 있는 응어리를 표현하는 것이 시"
라면서 영화 시나리오를 쓴 이창동 감독만이 '아네스의 노래'를 쓸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시인 김용택, 그에게 시란 무엇인지 재차 물었다.
" 뭔가 내 이야기를 세상 사람에게 전하고 싶은 겁니다. 인생은 괴로움과 고통의 연속인데 시는 그런 것을 포장해서 사람들에게 말하는 것이죠. 고통과 괴로움은 승화해서 아름다울 수 있는 겁니다."

아네스(St. Agnes of Rome) : 카토릭의 성녀
아네스는 로마 순교자들 가운데 가장 유명한 성인 중의 한 분이다. 6 세기 이후 교회 미술 작품에서 양을 안거나 발 밑에 데리고 있는 모습으로 그려지고 있는데 아네스의 이름이 라틴어의 양(Agunus)와 비슷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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