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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소
이름   이지욱 등록일   2010-02-08 오후 12:29:00
e-mail   leejiuk@online.ru
내용
1) 외로운 들소.

나는 처음부터 버팔로우는 아니었지.
어쩌다 집을 나오게 되었고 지금은 들판을, 산속을 헤맨다네.

들소들 무리에도 끼이지 못하고 따뜻한 외양간에도 돌아가지 못하네.

풀을 뜯다가 들개들에게 쫒기기도 하고,
영역침범으로 들소들이 싸움을 걸어오기도 하지.
간혹 푸른 풀밭이 나오면 허기를 채우고 피곤한 몸을 가누지

풀이 없는 겨울은 정말 견디기 힘들어.
콩깍지를, 썬 짚과 끓이는 여물의 구수한 냄새를 외양간에서 맡던 때가 뼈에 사무치게 그리워.

그러나 이제 주인도 날 버리고 나도 주인을 버렸어.

동녘에 뜨는 해를 바라보면 그래도 막연한 희망이 생겨.
서녘의 해지는 노을을 보며 경탄하다가도 이내 찬 서리에 누울 곳을 걱정하지.

나는 혼자다.
막연히 걷는다.
오늘도, 내일도...
낯선 들판을, 구름 그림자를 드리운 산야를...

2) 나는 소와 인연이 깊다. 초등,중등 때 방학 이튿날이면 나는 시골로-임하골로 기억하는데 아주 첩첩산골은
아니지만 어릴 때 저멀리 밭두렁에서 늑대들이 놀던 모습을 기억한다-달려갔고, 그날부터 (여름방학의 경우) 아침 일찍
나는 동네 아이들과 소를 몰고 나갔다. 산너머 어느 지점에 이르면 소들에게 풀을 뜯으라 놓아두고 우리는 가재잡기,
개구리 잡아 뒷다리 구워먹기, 씨름, 고상받기 등으로 놀다가 해질 무렵이면 소를 찾아 돌아왔다.

그런데 어느 때 외할머니께서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하셨다.
"산에서 소 먹이다가 호랑이를 만나면 절대 혼자 집으로 도망와서는 안 된다. 같이 소 곁에서 소 엉덩이를 부벼주며 응원해야
한다. 그러면 소가 이기는 수가 많다. 그렇지 않고 혼자 도망오면 소가 호랑이에게 잡아 먹힌다. 설령 그렇지 않고 소가 이기더라도
집으로 와서 주인을 떠받아 죽인다"
이 얘기를 들은 때가 50 년대 후반 아니면 60년대 초반인데, 외할머니는 아마 우리나라에서 호랑이가 멸종된지 모르시고 대대로 구전되어 오는
얘기를 내게 전하신듯 하다.
나는 그보다 "외할머니의 이야기는 뻥이 심하다. 소는 호랑이를 절대 이길 수 없다(내가 범띠이니까.....)"라고 속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다음 비데오를 보면 그게 뻥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사자들에 물어뜯기고 악어에게 뒷다리를 잡아 당기고 다시 사자밥이 되었다가 기사회생하는 송아지의 모습!
동물의 운명도, 인간의 운명도 무덤에 들어가기 전엔 하느님만 아신다!

[나도 한마디]
이지욱  경호야, 주소록에 있는 네 직업란을 보니 제조/생산이네. 애통하다. 학교 때의 경호는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entertainer였는데. 시대를 잘 타고 났으면 David Letterman은 저리가라 인데.. 우린 그놈의 벼슬아치가 되는 공부만 시키는 바람에... 2010-02-10 오후 1:11:00 x

강경호  지욱아! 객지에서 문송이 같이 많이 외로운 모양이구나. 건강하게 잘 지내기 바란다. 2010-02-10 오전 11:48:00 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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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등록일자 등록자 조회수
   소 2010-02-08 이지욱 16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