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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과와 어머니
사과는 향토 대구의 특산물이자 대구시민의 긍지와 자부심의 상징처럼 보인다.
옛날 가수 김상국이 부른 "쾌지나칭칭나네~"에서도 "대구에는 사과도 많소이~♪"
"비타민 C가 많아서 미인도 많소이~♪" 라고 했고 당시 우리 친구 윤성일 원장의
누님 귀영 여사께서 미스코리아 眞이 되셨을 때 "사과는 마 억수로 먹었지예~"
라고 하셨기 때문에 대구는 미인의 도시요, 대구 하면 사과를 연상하게 된 듯싶다.
사과는 맛도 좋으려니와 서양속담에서조차 "하루 한개의 사과를 먹으면 의사가
필요없다" 라든가 "아침에 먹는 사과는 금쪽과 같다" 라는 말처럼 우리 몸에도
엄청 유익한 과일이다. 과학자들의 연구발표에 따르면 사과는 몸안에 누적된
피로물질을 제거하고 소화와 배변에도 큰 도움을 주며 혈류를 원활하게 함으로써
혈압을 낮추고 동맥경화와 뇌졸증도 막아주고 췌장암과 대장암도 예방하는 데
탁월한 효능이 있다고 한다. 뿐만 아니라 피부의 노화를 방지하여 탄력있고
윤기있는 촉촉한 피부를 유지하도록 도와주며 식욕을 돋우고 구취를 없애주어
부부생활도 더욱 원활히 하도록 한다니 가히 만병통치약을 동네방네 돌며 팔던
방천시장 약장사의 말과 다름이 없구만요. 과연 과일의 왕이로세. 그러하니...
이제 늙기도 서러운 우리 친구들 당장 내일 아침부터 일어나 사과 한개씩 물에
잘 씻어 반드시 껍질 채로 드시고 사과 몇개를 조각내어 믹서기로 갈아 적당히
식초와 꿀을 타서 냉장고에 늘 보관하여 두고 수시로 한 숫갈씩 퍼 잡수시오.
그 효능에 대해서는 내가 이미 톡톡히 재미를 보았으니 두말하면 잔소리요.
내가 외손녀 리안을 안고있는 사진을 보고 러시아의 지욱이도 "곱게도 늙는다"는
서신을 보내왔으니 그 비결이 바로 사과라는 점을 다시 한번 강조드리는 바이오.
암튼 우리 고향의 자랑인 사과이야기를 오늘 새삼스레 들고 나온 것은 바로 우리
친구 서상훈 모친께서 며칠 전에 돌아가셨다는 부고를 접하고도 하도 길이 멀어
가보지도 못하고 그냥 황망하게 뜬 구름만 바라보자니 가슴이 먹먹하고...
어제 경산에서 장례식은 무사히 잘 치르고 어머님을 선영에 잘 모셨다는 상주와
잠시 전화통화는 하였지만 친구의 슬픔이 너무도 큰 듯하여 나름대로 조금이라도
더 위로의 말을 전하고 고인의 명복을 빌어드리고자 이 글을 올려보았소이다.
학창시절 누구보다 가까웠던 친구의 경산집 과수원에서 처음 뵈었던 어머님은
참으로 순박하시고 인자하신 분이셨지요. 머리에 수건을 두르시고 사과밭에서
묵묵히 일하시던 모습하며 아들 친구들을 보고 활짝 웃으시며 큰 소쿠리가 터져
나가도록 가득히 꿀사과를 광에서 담아 오시고도 "이것 밖에 드릴 게 없으니
우짜지요?" 하셨고 저녁에는 온갖 나물반찬으로 맛깔스럽고 풍성한 식탁을 차려
주시고도 "여긴 시골이라 찬이 없지만 뜨신 밥이라도 많이들 드시라."고 하셨던
어머님--그때의 그 모습이 아직도 눈에 선하건만 이제 고인이 되셨으니...
귀한 아드님이 연세대학교 총학생회장이 되었을 때 혹시 데모라도 앞장서서
잽혀가지나 않을까 불철주야 노심초사하시며 애간장이 다 타셨다고 술회하셨던
어머님-- 그 바람에 아들은 혼탁하기만 한 정치판에는 일체 발을 들여놓지 않고
그저 평범한 월급쟁이 회사임원으로 만족하며 어느덧 황혼을 맞이하고 있군요.
하기야 그때 반독재 반유신 지하학생운동의 주요 핵심멤버였던 박노인도 그 후
상훈이와 똑같은 길을 걸었고 남산에 올라 옆방에서 터져나온 처절한 비명소리에
혼비백산하여 재일교포 대학생간첩사건의 추상화를 제멋대로 그리고 도장 찍고
풀려났던 K와 서대문 단골손님 P도 다 효자반열에 들었던 대학친구들이었소.
착하고 여린 심성을 지닌 친구들은 애당초 그런 살벌한 앗싸리판엔 아예 근처도
가지 않는 게 지극히 바람직한 일이거늘... 하는 자각이 일찍감치 들었던 게지요.
자알~ 했다. 상훈아! 자네가 그런 현명한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필시 모친께서
한 20년쯤 전에 벌써 돌아가셨을 게다. 다만 이제 어머님이 7년만 더 사셨더라면
자네 마음이 한결 좋았을텐데...백수를 못하셨으니 참으로 애석한 일이 되었네그려.
사람 사는 일이 어찌 다 마음먹은 대로 될 것인가? 그만하면 되었다고 생각하게.
돌아가신 분은 돌아가셨어도 필시 좋은 곳에 계시며 사랑하는 자식이 또 자식을
낳고 기르며 행복하게 살다가 돌아오는 모습을 흐믓하게 지켜보고 계실게야.
여름에 무성했던 나뭇잎은 가을에 낙엽으로 떨어져서 거름이 되고 한겨울 묵묵히
기다리다 보면 이듬해 봄에는 반드시 또 새싹이 나고 화려한 꽃을 피우고...
우리의 인생도 크게 보면 다 이와 같은 자연의 섭리와 혼연일체가 된 고목과 같고
도도히 흘러가는 강물과 같지 않겠는가? 자네집 부근을 흐르던 작지만 아름다운
남천강(강이 아니라 시내나 개천이라 해야겠지만)은 작년에 가보니 온통 아파트가
들어서 옛 모습은 하나도 찾아볼 수가 없고 과수원도 통째로 사라져버렸더구나.
인터넷을 찾아 가을철 자네집 사과나무 과수원에 주렁주렁 달려있던 사과를 다시
쳐다보며 겨울철 하얀 눈덮힌 하천사진 몇장과 함께 저녁밥을 지을 때 모락모락
연기가 피어나던 우리들의 어린시절 옛집과 옛동네를 회상하게 하는 사진과 음악,
자네 어머니와 내 어머니 그리고 우리 모든 친구들 모친들의 어려웠던 삶을 잠시
떠올리게 하는 "청성곡"이란 대금연주곡을 여기 올려보았으니 아무쪼록 잘 들어
주시게나. 친구야! 이제 그만 슬픔을 잊으시고 하루빨리 활기찬 생활로 돌아가서
앞으로 나날이 기쁨과 즐거움이 가득하기를---- 마지막으로 다시한번
어머님의 명복을 빌며 삼가 조의를 표하는 바이네.
과테말라에서
문송 謹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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