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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기쁘고도 슬픈 뉴스. 한국에서 대학 공부하는 딸에게서 연락이 왔다. "나 사귀는 사람이랑 이번 가을에 결혼하기로 했어. 그 집 식구들도 다 좋아하고 찬성이야." 이 무슨 날벼락과도 같은 소리인가? 자다가 벌떡 일어난 나는 너무 흥분이 되어 한동안 머리가 어지러웠다. 음... 드디어 때가 왔구나. 한동안 마음속에 딸이 결혼할 때가 된 것 같은데... 웬지 불안하기도 하고 흐뭇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한 감정이 바로 오늘 이 사건을 예지한 텔레파시였던가? 집사람도 너무 놀라 국제전화로 아니 가능한 모든 통신수단을 써서 여기저기 연락하느라고 야단법썩인데 나는 웬지 된통 기쁘기도 하고 무언가 찝찝하기도 하고... 지금까지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이상야릇한 기분에 휩싸이게 되었다. 어쨋든 집사람이 서둘러 먼저 한국 나가서 그쪽 어머니랑 회담을 추진하기로 하고 부모상견례 날짜 및 결혼 날짜를 잡아 오도록 하였다. 내 딸 소현아! 넌 정말 효녀로구나. 요즘 아빠 주변에 과년한 딸을 둔 친구들의 한숨소리가 예사롭지 않는데 딱 결혼적령기에 들어선 네가 딱 소리나게도 때맞춰 신랑감을 구하다니... 더군다나 이 아빠가 돈도 없고 출세도 못해 소위 말하는 빽그라운드도 없는 네가 어찌 이렇게 부모 근심을 한순간에 덜어줄 수 있단 말인가? 이왕 말이 나온 김에 마누라와 자식 자랑하면 팔푼이라지만 구푼이면 어떻고 칠푼이면 어떠냐? 넌 언제나 이 아빠의 자랑이었고 최대의 자부심이었다. 아빠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있게 이렇게 말할 수 있다. 내 인생의 가장 행복했던 시절이 네가 어렸을 때 너를 키우면서 너와 함께했던 시기였다고. 갓난아기 때 우유병 빨면서 나를 가만히 쳐다보다가 "아빠죠? 아빠 맞죠?" 하는 듯이 빙그레 웃음지을 때 이 아빠는 너무도 신기하고 가슴 벅차서 너는 나에게 경이로움... 그 자체였다. 만 두 살이 지난 어느 날 차를 타고가다 지나가는 버스를 보고 서.울.교.통 현.대.운.수 라고 또박또박 한글을 읽어대서 "아니 얘가 벌써 한글을 깨쳤네" 나와 엄마는 물론 운전기사까지 놀라서 "거 참 신기하네. 어찌 이리 쬐끔한 애가..." 현대백화점 쇼핑가기를 좋아했던 너... 그곳에서 맞추기퍼즐 시범을 보일 때는 주위 모든 사람들이 탄복을 했었지. 한 바게츠 가득한 퍼즐 조각들을 펼쳐 놓으면 누가 보기에도 다 비슷비슷하게 생긴 조각들을 네 손으로 집어서 놓으면 어김없이 거기가 바로 제 자리였어. 그 퍼즐 사건은 두고두고 이 아빠에게 수수께끼로 남아 있단다. 사람들이 "얘가 신들린 것 같아요. 도저히 믿기질 않네요." 하던 말들이 아직도 귓전에 맴돌고 있다. 네가 춤은 또 얼마나 잘 추었는데? 노래는 말할 것도 없지. 아빠 배 위에 올라가서 신나게 한 곡 부를 적마다 "아이고! 우리 소현이 참 잘하네 해야지~" 하면서 아빠의 칭찬을 받기를 좋아했단다. 아빠의 고교동기생 망년회에 가서도 야무지게 실력발휘를 해서 앵콜~을 두번이나 얻어 내었지. 초등학교 들어가기도 전에 여섯 살 때 '별밤 하늘' 이란 제목의 '박 소현 어린이 시집'을 발간했던 너...그 속에 수록된 시들은 어른 시인들을 깜짝놀라게 했었지. "아니 얘가 쓴 게 맞아요?"... 그리고 초등학교 입학 하자마자 '꿀벌 마야의 모험' 이란 독후감으로 교육감 상을 타고 학교장이 학부모 특별 면담을 요청하여 "얘는 아주 특별한 재능이 있군요." 침이 마르도록 너를 칭찬했을 때 아빠는 얼마나 흐믓했던지... 하여튼 아빠는 너로 인하여 한때 그야말로 구름 위를 둥둥 떠다니듯 참 별난 행복감에 젖어 살았다. 그런데 네가 초등학교 일학년 말 겨울에 이 아빠가 크게 실수하여 아빠회사가 졸지에 부도가 났었지. 회사 부동산과 아파트 땅을 모두 팔아 은행 빚과 개인 빚을 가까스로 다 갚고난 후에 아빠는 너무도 허망한 생각이 들었다. 나 자신이 부끄러워 자꾸 어디로 숨어버릴 생각만 했었지. 그후 너와 가족들에게 얼마나 몹쓸 짓을 했는지... 그렇게 총명하고 문학에 남다른 재능을 가졌던 너를 데리고 이역만리 이곳 과테말라까지 와서 살게 돠었지. 언어 혼란으로 너의 글재주가 충격을 받고 낯선 땅에서 네가 겪었을 정신적 고통을 생각하면 아빠는 가슴이 매인다. 그래도 항상 밝고 명랑하게 자라준 네가 한없이 고맙구나. 과테말라에서의 새로운 봉제사업도 아빠의 경험미숙으로 또 실패하고 크나큰 실의에 빠져있을 때 너와 엄마의 격려가 없었더라면 아빠는 결코 버티지 못하였을 것이다. 다시 용기를 내어 보따리싸서 한국으로 되돌아와서 부산에 있는 한 조그만 회사에 아빠가 취직을 하였지만 그때 생활이 어려워 이곳저곳 참 많이도 이사를 다녔었지. 네가 반 아이들과 조금 친해졌다 싶으면 또 다른 곳으로 이사를 가고... 혹여 네가 일종의 정서불안증을 겪었을지도 모르겠다. 너의 얼굴에 조금씩 그늘이 생기고 너의 행동이 지나칠 정도로 진중해지는 것을 아빠가 보았을 때 아빠의 가슴은 찢어질 듯이 아팠다. 하지만 한번도 아빠에게 불평불만 하지 않고 언제나 "아빠 힘 내셔요. 아빠가 세상에서 제일 자랑스러워요." 했던 나의 착한 딸 소현아! 네가 바이올린을 배우더니 신문사 콩쿨마다 나가서 큰 상을 타서 또 아빠를 즐겁게 하였지. 비싼 연주용 바이올린을 사주지 못해 늘 미안했던 아빠에게... 어떻게 연습용 바이올린으로 특상을? 다른 엄마들이 경탄해 마지 않았지. 부산에서 대구로 또 이사를 하여 거기서도 아빠는 옷장사, 양품점, 레스토랑 닥치는 대로 열심히 일한 것 네가 다 알지? 겨우 한 밑천 장만하여 대경통상이란 무역 회사를 만들고 라오스의 빌라이숙 아저씨랑 함께 활발하게 한약재, 중고자동차, 오토바이 사업하느라 아빠가 신바람 나게 돌아다녔던 것 기억나지? 이제 고생이 끝나는가 싶었더니... IMF 복병에 걸려 하루아침에 아빠회사가 또 침몰하고 말았지. 두 번째로 다시 또 보따리싸서 과테말라 이민을 떠날 때, 그때 고 2 였던 너를 차마 데리고 갈 수가 없어서 외할머니에게 너를 맡기고 비행기를 타면서 네 엄마가 얼마나 울었는지... 한 달 후 너랑 통화하면서 네가 회색 그렌저 승용차만 지나가면 아빠가 보고 싶고 자전거 탄 중학생만 보면 주현이 생각이 나서 눈물이 난다고 했을 때 도저히 너를 혼자 내버려 둘 수가 없었다. 그래서 너를 다시 불러 가족과 합류하게 했지. 아빠가 너한테 미안해서 함께 그랜드캐년 구경갔던 거 생각나지? 다시 과테말라로 와서 살게되면서 아빠 일도 잘 풀리게 되었고 어느정도 생활 여유를 찾을 때 쯤... 너는 가족들도 모르게 중앙일보 신춘문예에 응모하여 단편소설 부문에 당선되어 겨우 18세 어린나이로 당당하게 작가로서 등단하는 쾌거를 이루어 또 한번 아빠를 놀라게 하고 행복하게 해 주었지. 한편 이런 애를 여기 붙잡아 두고 있다니... 심한 자책감에 사로잡히게 하였단다. 너 또한 네 장래 문제로 한동안 심각하게 고민한 것 같더라. 결국 너 혼자 또 한국행을 결심하고 수시 영어특기생으로 성균관 대학에 입학하여 줄곳 장학금을 타서 아빠를 기쁘게 하더니 이제 졸업을 한 학기 남기고 이처럼 또 놀라운 소식을 전하는구나. 아빠는 앞으로 한 3~4 년후에나? 하고 생각했는데 참 뜻밖이다. 사랑하는 딸 소현아! 나는 네가 골른 신랑감은 무조건 GOOD 이다. 어느 젊은이인지 몰라도 그 친구 정말 수지 맞았다고 생각한다. 로또보다 더한 대박을 터뜨린 행운아가 아닐까? 아빠는 엄마한테서 연락이 오는 대로 서둘러 들어가마. 그쪽 시댁식구가 될 사람들도 빨리 만나고 싶구나. 그럼 건강에 조심하거라. 딸 시집간다는 초유의 국면에 접어든 나는 어찌 할 바를 모르고 온종일 뒤숭생숭 일이 손에 잡히질 않고 하루가 지나 다시 밤이 되어도 잠이 오질 않아 선 채로 앉은 채로 꼬박 지새울 뻔 하다가 딸에게 나의 사랑과 정성을 담아 이렇게 편지로 한통 띄운다. 과테말라에서 아빠가 2006년 7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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