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 초 '보슬비 오는 거리에/추억이 젖어들어~'로 시작되는 '보슬비 오는 거리'를 발표해 잘 알려진 성재희(63) 씨가 활동을 중단한 지 40여 년만에 음반을 발표했다. 1966년 재일교포 김병영 씨와 결혼해 일본으로 건너간 뒤 가정에 충실했던 그는 지난해 4월 남편을 잃었다. 이번 음반에는 갑작스럽게 남편을 잃은 슬픔과 그리움을 담은 노래 '천의 바람 되어'를 수록했다. '천의 바람 되어'는 아일랜드 공화국군의 공격을 받아 사망한 한 영국인 병사가 가족에게 남긴 유명한 영시 '어 사우전드 윈즈(A Thousand Winds)'를 원작으로 노랫말을 붙였다. 곡은 '보슬비 오는 거리'를 작곡한 김인배 씨가 만들었다. 13일 연합뉴스와 국제전화로 인터뷰에 응한 성씨는 40여 년 만에 음반을 발표한 소감을 무척 쑥스러운 듯 조심스럽게 말했다. 일본에 오래 살다보니 한국어 발음이 어렵게 느껴진다며 웃기도 했다. "이 시를 일본어로 개사하고 멜로디를 붙인 '천 개의 바람이 되어'란 노래를 일본의 팝페라 가수(아키가와 마사후미)가 지난해 연말 NHK '홍백가합전'에서 부른 뒤 크게 히트했죠. 지난해 4월 남편과 사별한 후 제가 실의에 빠져 있자 친구 두 명이 이 음악을 들려줬어요. 가사가 마치 남편이 제게 하는 말 같았죠." 이 노래에 감동받은 성씨는 이 시를 한국어로 개사하고, 새로운 곡을 붙여 발표하게 됐다. '나의 무덤 앞에서 울지 말아요/그 자리엔 나는 없어요'란 가사로 시작된다. 슬하에 2남1녀를 둔 그는 인터뷰 내내 남편에 대한 그리움을 쏟아냈다. "남편은 일본에서 보석 사업을 크게 해 '보석왕'으로 불렸어요. 목 디스크가 심해져 일어나지 못하고 식사도 못했죠. 목의 뼈가 한쪽으로 기울어 50일 투병하다 갑작스레 세상을 떠났어요. 정신적인 충격이 너무 컸죠. 늘 남편과 함께 움직였는데…. 그이는 내가 만든 반찬만 먹었죠. 남편이 없으니 회사에 대한 책임감도 있고요. 오랜만에 낸 음반이 회사, 가정, 아이들에게 누를 안 끼쳤으면 해요." 음반을 녹음하는 내내 친분이 두터운 이미자 씨가 조언과 걱정을 해줬다고 한다. 성씨는 "내가 녹음을 시작하자 평소 절친한 이미자 씨가 어드바이스를 많이 해줬다"며 "내가 가정 생활만 하다가 다시 밖에서 노래를 발표하다 보니 잘 적응할 수 있을지, 이미지가 어떻게 비칠지 등을 함께 걱정하고 의논했다"고 말했다. 그는 40여 년 만에 녹음을 위해 스튜디오에 들어선 순간을 이렇게 설명했다. "데뷔 후 2년간 '왜 그런지' '노을이 타는데' 등 20여 곡을 발표하고 그만뒀어요. 다시 헤드폰을 끼는데 꿈만 같았죠. 신기하게도 그 옛날, 그 시절로 돌아가더라고요. 마음이 기쁘다고 할까, 너무 이상했어요. 다시 제가 연예계로 돌아온 것 같고요." 최근 NHK 국제방송 라디오 프로그램에도 출연했지만 한국 팬과의 만남은 더욱 조심스럽다. 그는 "한국의 팬들이 내 노래를 사랑하고 격려해주시면 그때 꼭 찾아뵙고 인사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