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테말라 시티는 12월 24일 자정과 12월 31일 자정에는 한 시간 가까이 지속되는 폭죽 소리에 놀란 개들이 미쳐서 주인도 물어뜯고 절반은 거리로 뛰쳐나가 들개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광란의 도가니가 된다. 공중에 총을 함부로 쏘아대는 미친 인간들도 부지기수이며 이 도시는 하루 평균 20명이 총에 맞아 죽는 최악의 범죄도시가 되었다. 수십 년 전 과거에는 다들 인근 성당에 가서 조용히 미사를 드리며 경건하게 보냈다고 하는데 요즘은 극심한 빈부차로 사회불만이 가득하고 치안이 엉망으로 되는 바람에 사람들이 바깥출입을 거의 않기 때문에 국민의 80%가 가톨릭 신자라고 하면서도 일요일에도 성당은 손님이 없어 개점휴업상태인 곳이 태반이고 밤에 거리에 나섰다간 어디서 날라오는 총을 맞을지도 몰라 해만 지면 다들 집안에만 머물며 각자의 생일이나 명절 날 마당에서 엄청난 양의 폭죽만 터뜨린다.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온 가족들이 경쟁이나 하듯 터뜨리는 폭죽소리는 참으로 대단하다. 부자들이야 상관없지만 가난한 품삯군도 한달 수입의 거의 절반을 털어서라도 몇가지 폭죽만은 기필코 사야만 한다. 해마다 조금씩 모양이 달라지는 최신형 로켓트 장착 폭죽을 쏘아대며 스트레스를 풀지 않으면 다들 제 명에 못 산다고 한다. 다행히 이 나라는 길거리에서도 바나나와 오렌지는 거의 공짜로 따먹을 정도로 먹을 것은 풍부하기 때문에 아무리 돈이 없어도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또 자존심들은 엄청 세어서 남한테 지기를 싫어하여 옆집에서 폭죽이 떨어져 조용할 때 자기만 보란 듯이 빵빵 쏘아대는 것을 큰 자랑으로 여긴다고 한다. 그러니 폭죽소리가 엔간해서는 그치질 않는데 그 비용은 실로 엄청날 수밖에 없고 이 나라 최대의 재벌회사인 화약제조업체만 해마다 떼돈을 번다고 한다. 화재 및 인명피해도 빈번하게 발생하여 뜻있는 언론인과 국회의원들이 여러번 폭죽 금지법안을 만들려고 했지만 재벌들의 집요한 로비공작으로 좌절되곤 했다고 한다. 각설하고...이번 크리스마스 때도 예외없이 엄청 시끄러운 소리에 혼쭐이 난 나와 집사람은 처남 가족과 함께 12월 31일 아침 과테말라 시티를 빠져나와 이 나라에서 가장 조용하고 깨끗한 곳으로 소문난 알타 베라파스란 제법 높은 산 위에 자리잡은 꼬방이라는 도시에 와서 새해를 맞게 되었다. 이 지역은 독일 사람들이 많이 이주해 와서 살고 있어 지역 민병대의 화력이 매우 강하고 도둑놈들은 즉결처분하기 때문에 치안이 비교적 잘 되어 있는 곳으로 소문이 난 터라 우리 일행은 숲 속에 감추어진 강( Rio Escondido) 이란 호텔 안에 있는 산장 하나를 빌려서 모쪼록 조용하다 못해 괴괴한 연말과 연초를 보낼 수가 있었다. 이런 곳이 있는 줄 진작에 알았더라면 해마다 열불나게 왔을 텐데 과테말라 마당발로 소문난 부지런한 처남도 최근에야 여기를 알게 되었다고 한다. 이 나라는 마약 조직범죄단이 밀림에 양귀비 제조까지 하고 있어 지방은 돌아다닌다는 자체가 위험천만이라 그동안 경비원들을 데리고 지방 가게를 몇차례 순회하는 일 외에는 가급적 관광은 하지 않는 것이 상책이었다. 물론 내가 과테말라에 처음 왔을 때는 뭔가도 모르고 전국 방방곡곡을 부지런히도 다녔는데 그때는 지금보다 치안이 그렇게 험악하지는 않았는지 다행히 별 탈은 없었다. 근 10년 가까이 거의 방콕 생활만 하다가 참으로 간만에 공기 좋은 숲 속에 들어와 며칠을 지내다 보니 사람이 사는 환경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실감하게 되었다. 팔 다리 몸의 컨디션은 물론 정신도 뚜렷하게 맑아지는 것을 느꼈다. 밤 하늘의 별도 어찌 그리 많고 밝은지 옛날 어린 시절 방학 때 시골 가서 쳐다본 밤 하늘에 유난히도 총총했던 별들에 대한 기억이 떠올랐다. 그러나 그때보다 더 유별나게 감탄한 것은 어찌된 영문인지 작은별 큰별 모두 거의 두배로 크게 보이고 더 찬란하게 반짝이고 있어서 나는 놀라서 눈이 튀어나올 정도가 되었고 우주에 대한 공포심마저 들었다. 완전히 별천지에 와서 모닥불에 구워진 감자와 고구마를 숫가락으로 속을 파먹는 맛도 기가 막혔다. 아마도 이 맛이 상쇄되지 않았더라면 무서워서 얼른 방 안으로 들어 갔을 것이다. 이번 여행에서 모든 것이 새롭게 여겨졌으나 아주 색다른 경험도 있었다. 여기 도착한 첫날 폭포수로 유명한 계곡을 둘러보고 오다가 여기 사람들도 평생 한번 구경하기 힘들다는 희귀종(거의 멸종단계에 있음) 과테말라의 상징이자 국조이며 화폐 이름이기도 한 케찰(Quetzal) 이란 새가 멀리 나무가지에 얌전히 앉아 있다가 인기척에 푸드득 날아가는 것을 보게 되었는데 이것이 여기서는 대단한 행운으로 치는 모양이었다.급하게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았지만 이걸 보고 호텔 직원들이 난리법석을 피웠다. 이 새를 직접 목격하면 평생 돈걱정은 안하고 산다며 운수대통했으니 한턱 쏘라고 다그쳤다. 된장~ 돈이 들어오기는 커녕 왕창 나가게 생겼네 하면서 약간 넉넉한 팁을 주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다. 암튼 의외의 경비가 지출되어 짜증도 났지만 산장으로 돌아오는 발걸음은 날아갈 듯이 가벼웠다. 3박 4일 잘 쉬고 잘 자고 등산도 하고 잘 먹고 무사히 왕복 450 km 여정을 마치고 귀가 하였는데 도착하자마자 아들 주현이로부터 연락이 왔다. 며느리가 예정일을 무려 열흘이나 앞당겨 예쁜 손녀 딸을 순산했다고... 나와 집사람은 너무도 기쁜 나머지 대한민국 만세~ 대한국민 만세~를 불렀다. 첫 손녀의 이름을 박 서윤(舒胤)으로 지었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