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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인사-
친구들아! 잘 갔다 왔다..돌아보니..꿈만 같다. 비행기 타고 20시간..
공항에서 탑승수속까지 치면 근 30시간..과테에서 미국경유 한국까지
왕복 60시간은 아무래도 예사 여정은 아닌 것 같다만 지나고 보니 또
언제 그랬냐 싶기도 하다. 여기 우리 동네 매일 운동하는 공원에서
떠나기 전날 앉아있던 벤치에 떨어진 라이락 꽃도 그대로 있고 못생긴
달마시앙 개를 산책시키는 이웃집 예쁜 아가씨의 펑퍼짐한 엉덩이도
변함이 없다. 그래도 그런 풍경이나마 뻐근하게 바라보는 느낌은 아직
괜찮은데 앞으로 10년 혹은 20년 후는 분명히 달라질 게 걱정이 된다.
그때는 비행기 타고 그리도 먼길을 갔다간 까딱하면 영원히 하늘나라로
그냥 갈 수도 있겠지..하늘과 땅..과연 나의 고달픈 여정은 언제 어디서
끝날 것인가? 혹시 죽은 후에라도 어데 왔다리 갔다리 다시는 돌아다니지
말았으면 좋겠다는 서글픈 생각도 든다. 천국이란 데는 아예 꿈도 꿔보지
않았지만 그 반대편에 있다는 곳은 웬지 늘 께름직 하구만. 사람들은 어찌
그리도 별난 곳을 상상해서 간다고 우기는지 난 도무지 생각조차 하기
싫은데...허나 별수 있나.. 실제로 남들 가게 되면 나도 따라갈 수 밖에..
그러고 보니 사람은 절대로 평등할 수가 없고 엄연히 우열반이 존재해야
비로소 공평한 존재가 되는지도 모르겠다. 어디서든 줄을 잘 서야겠지만
어느 줄이 내 줄인지 헷갈릴 때마다 무진장 컴플렉스만 쌓이는 것 같다.
비행기를 타도 그런데 예쁜 스튜어디스는 늘 멀리서만 알짱거려 거슬린다.
널찍한 일등석에 누워 두 다리 뻗고 와인 마시다가 가끔 뒤돌아보는 젊은
친구들을 보면 만감이 교차하지만 우짜겠나 비행기엔 애당초 경로석이란
없는 것을...염치없이 덩치가 크고 콤파스가 긴 나같은 사람에겐 형틀과
다름없는 좌석이지만 그나마 황송하게도 태워줘서 다행으로 여겨야지..
이번 여행은 소문난 만큼(봉황이 그려진 시계와 여비로 준다는 금일봉 등)
먹을 것은 없었지만 그래도 대통령 관상이라도 보고 확인했으니 다행인데
역시 이마빡 한가운데가 유난히도 튀어나온 게 암만 봐도 밋밋한 나하고는
확실히 비교가 되었다. 남편의 넥타이 색깔과 같은 보라색 원피스로 콤비를
맞춘 영부인의 자태는 단연 돋보였지만 어느 당돌한 육사 생도가 큰소리로
복창한 말은 좀 심했다. " 오늘 영부인 님을 뵙게 되어 몹시 영광입니다만..
너무나 아름다우셔서 눈이 부십니다.." 모두들 잠시 멍~한(띵~하다고 해야
하나?..)가운데 우와~ 환호성과 함께 박수가 터지고 난리가 났는데 히야~
그 친구 앞으로 확실한 참모총장 감이라고 누군가 수근대는 소리도 들렸다.
이때 우리 집사람도 질세라 나름대로 재치와 순발력을 발휘해서 영부인한테
다가가더니 작년도 세계커피대회에서 1등한 과테말라 안티구와 필라델피아
농장의 커피를 선물로 가져왔다며 깜짝쇼를 벌이는 바람에 나도..황당했지.
"아니.. 우리 집사람이 커피 좋아하는 줄 우째 알고..." "당신은 좋겠구려."
"멀리 과테말라에서 아들 임관식에 오시느라 힘들었을 낀데..이렇게 귀한
선물까지 주시니 감사합니다." 이거 원.. 졸지에 대통령한테서 고맙다는
인사까지 듣고보니 이번 한국방문 여행은 확실히 본전은 하고도 남았다.
근 한달간 생업마저 내팽개치고 떠난 이번 여행에서 나의 경제적 손실은
실로 가볍지만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사람 사는 기쁨이나 보람같은 것은
어찌 금전으로만 따질 수 있겠는가? 건강하고 신명나는 삶을 위해서는
우리는 가끔 몸살도 앓고 병원신세도 지고 약값도 들고...그렇게 사는 게
바로 인생이 아닌가 싶다. 인천공항에 내렸을 때도 퍽이나 인상적이었다.
괜히 왔구나 싶어 후회가 되었는데.. 비행기 타고 내내 고문을 당한 것도
모자라 밤낮이 바뀌어 잠도 한숨을 못 잤는데다 갑자기 콧구멍으로 엄습한
차가운 새벽 공기에 놀라 목구멍이 콱 잠기는 황당한 사건이 발생하였다.
마중나온 사돈과 사위가 뭐라고 반갑게 인사를 했어도 나는 그냥 묵묵부답
소이부답(笑而不答)으로 웃기만 하다가 나중에 인천대교를 지나서야 비로소
말문이 열렸는데 "햐~ 한국 날씨 한번 기통차네요." 했더니 사돈 왈 "요즘은
약과지요. 날씨가 그래도 많이 풀려서 다행입니다." 하이고~ 나의 조국
한국이여...이젠 나한테 너무도 먼 나라일 뿐 아니라 너무 추워서 생소한
딴 나라가 되었구나...언젠가는 돌아와서 내 뼈는 여기에 묻어야 되는데
너무 추운 나머지 뼈골마저 또 쑤실까 씁쓸한 기분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
친구들아! 그 후에 일어났던 얘기들을 또 하자면 한도 없고 해본들 우야마
다 꿈같은 얘기들 아니겠나...그만 여기서 생략하는 게 좋겠다. 이순(耳順)도
지났는데 가급적 할 말은 줄이라 했거늘 오늘 이쯤해도 너무 말이 많았다.
미안하다..다들 잘들 지내길 바란다. 또 볼지 말지는 나도 모른데이~ (끝)
봉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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